참여정부 8·31 부동산대책 부활…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강화 등 일부 규제는 되레 강도 높아져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와 전쟁 선포다.”

정부가 2일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의 촌평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10여 년간 보지 못했던 고강도, 전방위 종합 규제대책으로 집값과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뒤흔드는 '투기세력'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10여년 간 보지 못했던 고강도’라는 문구대로 이번 대책은 과거 침여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흡사한 면을 갖고 있어 역사상 가장 강한 부동산 대책으로 손꼽히는 참여정부의 2005년 '8·31 부동산대책'의 부활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6·19 대책 이후 40여일 만에 초강수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직전의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4% 오르며 6·19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4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으며, 7월 주택거래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집의 용도는 ‘투자’가 아니라 ‘주거’라는 점과 주택 정책은 경기조절 수단이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와 상관없이 투기수요는 철저히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번 대책의 칼끝이 다주택자 및 갭투자자, 대표적 투자 상품인 재건축과 오피스텔, 지역으로는 서울 과천 세종에 집중된 것으로 충분히 읽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23일 취임식에서 이미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이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이 파어포인트까지 동원하며 강조한 것도 다주택자들의 투기행위 팩트였다.

국토부가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 유주택자(1주택 이상)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2007년 31.3%에서 2013년∼2017년 사이에는 43.7%로 증가했다. 특히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은 2015년 6.0%에 비해 2016∼2017년에는 13.8%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갭투자 등을 이용해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는 비율이 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대책이 과거 참여정부의 8·31 대책을 벤치마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규제들은 오히려 강도가 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 허용 사유를 엄격히 강화하고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는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거래시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를 의무화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청약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실거주를 부활하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은 것, 투기과열지구내 주택거래시 자금조달계획 등을 내도록 한 것 등은 앞으로 '실수요자'가 아니면 집을 살수록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다.

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의 주원인인 '갭투자' 세력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참여정부 때처럼 "집 사서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8·2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다주택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발적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국토부 장관은 오는 9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세제·기금·사회보험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세를 물지 않으려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 이후 매매 수요의 전세 전환으로 전셋값이 불안해지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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