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文정부 정책을 말한다]"최고금리 인하 속도·수준 과도하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의 27.9%에서 24%로 내린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의 27.9%에서 24%로 내리기로 하자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줄여주기 위해 임기 내 20%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불법 사금융이 늘어나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7대 해법' 공약 중 하나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2금융과 대부업체의 금리를 낮춰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공약 실천의 첫 단계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대부업자·금융기관의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대부업법'은 금융사와 개인의 거래에,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의 금전 거래에 적용되는데 개정령안이 시행되면 이 두 법규상의 최고 금리는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0월 중 개정 시행령을 공포하고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최고금리 24%는 개정 시행령 시행 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연장하는 계약부터 적용하며 기존 계약은 인하한 최고금리를 소급하지 않는다. 기존 계약이더라도 시행일 이후 재계약, 대환, 만기 연장 등에는 최고금리 24%를 적용한다.

정치권도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기조에 같이 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등록 대부업자와 미등록 대부업자가 부과할 수 있던 법정 최고금리(각각 27.9%, 25%)를 모두 2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지난달 12일 대표발의했다.

앞서 민주당의 윤관석·강병원·제윤경 의원도 최고금리 20~25% 인하안을 발의했고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도 최고금리를 19%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은 정부의 최고금리 인하를 예상했음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빠른 정책 시행 움직임에 더불어 최고금리 인하 수준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6월 34.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인하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또다시 8%포인트 가까이 급격하게 내리면 대부업체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대부업 이용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순효과도 있지만 대부업체들의 대출 축소로 저신용 대출자들을 대거 불법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줄어든 이자 수익을 메꾸기 위해 금융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줄이고 이 영향으로 저신용자들은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5년 9월 7~10등급의 저신용자 중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94만명이었지만 최고금리 인하 후 지난해 말에는 84만명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2015년 33만명 수준이던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지난해 43만명으로 급증했다.

1인당 불법 사금융 이용금액도 2162만원에서 3159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전체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도 지난해 24조1144억원으로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임승보 대부협회 회장은 "일본이 인기영합 정책으로 상한금리를 대폭 내린 뒤 근로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찾는 부작용이 늘었다"며 "한국의 상한금리 인하 논의가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민금융은 접근성과 금리가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고민해야한다"며 "금융사들이 대출의 일정부분을 서민금융을 취급하게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1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위는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 등이 저소득·저신용자 등에게 대출을 줄일 가능성을 대비해 중금리인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기 전에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핵·한반도 위기 등 외교·안보 문제 △문재인 케어 △8·2 부동산 대책 △부자 증세 △탈원전 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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