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文정부 정책을 말한다]사드ㆍ신고리 5,6호 처럼 여론의식한 어정쩡한 정부태도 버려야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한반도 안보상황ㆍ협치ㆍ경제살리기 확실히 해야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차례에 걸쳐 ‘○○○ 대통령’이 국민에게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중에는 ‘국민의 대통령’도 있고, ‘일자리 대통령’도 있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보여준 모습은 압권이었다.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났지만, 그날 아버지가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탓에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한 김소형씨가 추모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 였다.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난 문 대통령은 무대 위로 올라가 김씨를 감싸 안으며 토닥였다. 김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문 대통령의 ‘각본에 없는’ 위로를 받았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 장면에 많은 국민이 눈물을 훔쳐냈고,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은 국민에 성큼 다가섰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과 함께 지시한 '제1호' 업무는 대신 기간 내내 강조해왔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도 지시했다. ‘일자리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출범 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탄핵정국에 따른 대내외적 국정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동시에 '확연히 달라진' 국정운영의 틀을 잡았다는 점이다.

촛불시위를 거치며 '나라다운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국정운영의 양대 축으로 삼은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되는 개혁의 큰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정책을 쏟아냈다.

그중 지난 9년 간 보수정권의 정책적 오류로 인한 ‘적폐청산’을 씻어내며 각종 정책수립에서 이른바 '문재인 코드'를 가시화했다. 세월호 사건과 4대강 문제, 원전, 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렸고, 돈봉투 사건으로 치부를 드러낸 검찰과 방산비리가 또다시 터진 군(軍) 등 권력기관들을 잇따라 개혁의 수술대에 올렸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활동으로 '댓글공작' 등 각종 정치개입과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난 국가정보원은 이미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국민통합’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어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김소형씨를 감싸 안는 모습이나, 6월 말 방미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참전 노병들을 위로하는 장면은 진보와 보수층의 감성과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문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새 정부의 각종 정책은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의는 단지 ‘좋은 뜻’일 뿐 매사 최선(最善)일 수는 없는지라, 좋은 취지의 정책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반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현황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자리 대통령’으로서의 정체성은 분명히 드러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대통령이 현황판 챙긴다고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겨나서도 안 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대통령이 현황판 볼 때마다 공무원들은 윗분 눈치 보며 '숫자 늘리기'에 골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황판의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정책의 실패를 낳을 공산이 매우 크다는 우려도 일었다. 

<청와대 제공>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신에너지, 재생에너지, 환경보호 다 좋은 뜻을 갖고 있는 선의의 정책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들여다보는 데 미흡했고, 소통과 절차에서 적잖은 하자가 있었다. 흔히 ‘100년 대계’라 일컫는 에너지 정책과 우리의 기술력을 들여다보지 않고, 소통과 절차에서 드러낸 약점은 문 정부에 보수진영에 비난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탈원전 선언과 정책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당초 사드 배치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의 절차를 문제 삼은 바 있다.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데 환경영향평가심사가 생략되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반대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국내법(환경영향평가)에 있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사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둘러 오해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사드 배치에서 국민적 공감과 국내법에 따른 절차가 있어야 함에도 전임 정부가 이를 생략한 것이나, ‘적폐청산’을 외친 문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와 소통, 절차를 무시한 채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나 뭐가 다르냐는 비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 놓인 커다란 정책 과제는 안보·정치·경제 3가지 부문에 있다. 첫 번째는 엄중한 한반도 상황이며, 두 번째는 번번이 깨지는 협치(協治), 세 번째는 경제 살리기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갖고 한미동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최순실 사태’로 방치되어 있던 외교관계를 정상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어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 지지'라는 문구를 공동 성명에 담아 북한 및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과 무호응으로 남북관계는 좀처럼 복원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문 정부가 첫 발을 내디딘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아 댔다. 특히 7월 4일과 28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미국령 괌도(島)를 포격하겠다면 미국과 ‘말의 전쟁’를 벌이며 한반도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는 다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과는 위안부합의 문제를 둘러싼 평행선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더 엄중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노 전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 임기가 끝난 뒤 성공한 대통령으로 다시 추도식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치(協治)가 전제된다.

<뉴스1>

‘성공한 대통령’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국정기획위원회가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비롯해 증세 논의와 예산안 심의 등 각종 현안 추진을 위해서라도 야권의 협치를 끌어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국면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20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상황이다. 새 정부의 정책을 입법화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정치의 새로운 협치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는 인사청문회 파동을 거치면서 유야무야하며 아직 협의체가 구성조차 안 된 실정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저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의 극대화를 외치고 있어 ‘협치의 공식’은 더욱 꼬이고,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에 당 대표로 선출되면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그의 노선으로 인해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협치의 길이 멀고도 험난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하면 기업 소득도 늘어나고, 이는 곧 투자 증가-고용 증대-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그린다는 것이 새 정부의 경제 구상이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최저임금 급상승, 세법개정안, ‘투기세력과의 전쟁’으로 불리는 두 번의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경제정책마다 기업과 시장의 불만과 저항에 부닥쳐 있어 어는 것 하나 여의치 않다.

문 대통령이 헤쳐 나가야 할 3대 과제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든, 야여 협치든, 경제 살리기 등 어느 하나 그 무게의 경중을 따질 수 없이 중요한 과제로서 ‘3개 과제 중 2개는 잘 했다’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해결해야 할 가제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 6월초부터 이달 11일까지 11차례 여론조사에서 ‘잘 한다’는 응답이 74~84%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사드 배치와 같이 어정쩡한 입장과 태도이다. 사드 배치는 그나마 어느정도 가닥을 잡고 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전격 중단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어디로 튈지 오리무중이다.

6월 27일 국무회의 결정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전격 중단시키 놓고서는 에너지 안보와 100년 대계 정책 차원에서 논쟁이 커지자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영구 중단 여부를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를 거쳐 내릴 것인지를 두고 청와대, 공론화위원회, 위탁 평가 업체가 서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론은 보리밭 같아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떤 방향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바람결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보리도 가까이서 보면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달라 부딪치며 서걱 거린다. 그게 여론이다. 여론은 바람 그 자체이자,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이다. 바람을 길들일 수는 없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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