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조정 실기하다 해외 투자금 국내시장 빠져나가는 상황 초래 우려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북한 리스크가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눌렀다.”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존의 1.25%로 동결하자 한 통화전문가가 내놓은 말이다.

대내외 악재들이 하나둘씩 완화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미 지난 6월 통화정책의 완화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북한 리스케 눌려 막상 결단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정책신문은 지난 9월23일 “금리인상 해야하나?…딜레마 '직전'의 한국 통화정책”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연준(Fed)이 다음달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키로 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진단했었다. 

<참조:http://www.kp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683>

이 기사는 미국의 보유자산 축소와 금리인상 전망, 이에 따라 유렵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경제주체들의 금리인상 기조가 확산할 것이지만 한국은 금리인상 압박 속에서도 북한 리스크 때문에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내용이 큰 줄기다.

오늘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로 우리는 무려 16개월째 1.25%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금리 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동결은 분명 북한 리스크를 한번 더 지켜보자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한은이 금리 결정에서 이미 '북한발(發)'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총재도 최근 북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경기 회복세를 확신할만한 단계에서 북한 리스크가 커졌다"며 "북한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이 총재의 발언대로 내수 부진을 제외하고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IMF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3.0%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7%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2'로 유지했다. 신용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앞서 피치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로,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은도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전체회의 직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지난 7월 발표했던 2.8%에서 0.2%포인트 올린 3.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상향한데 이어 3개월만인 7월에도 2.6%에서 2.8%로 올린 바 있다.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에서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건 지난 2010년 이후 7년여 만이다. 

한은이 상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세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 배경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밝힌대로 한국 경제는 높은 실업률과 부진한 내수만 제외하면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궤를 같이하며 장기에 걸친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너무 엄중하고 이것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서 한은의 고민이 시작되고,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통화정책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융완화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됐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맞춰 이날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금통위원 7명 중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낸 것이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은 2011년 9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소수의견을 금리조정의 예고로 인식하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한은이 통화정책에서 살펴봐야할 핵심 사항은 3가지이다. 북한 리스크를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기축통화 국가들의 금리 인상 전망 △향후 경기 회복세 등 3대 대내외 여건들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우리 정책 당국자들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대 핵심 사항 가운데 최대 변수이자 악재인 북한 리스크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면,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를 조정할 개연성이 있어보인다.

다른 경쟁국의 통화가치가 오를 때 우리의 통화는 제자리에 있으면 수출이 잘 될 수 있겠고, 가계부채도 감안해야 하지만, 해외 투자금이 가치가 높은 통화를 좇아 우리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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