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회복ㆍ신용등급 유지ㆍ북핵위협 상존ㆍ내수부진 등 긍정ㆍ부정요소 교차...정교한 리스크 메니지먼트 필요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3% 복귀가 기정사실이 됐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2.8%에 그쳤던 것에서 3년만의 3% 성장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4분기 성장률이 설사 '0%'에 그쳐도 연간 성장률이 3.1%나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4분기 성장률이 –0.5%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여도 연간 성장률은 3.0%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트랩에 빠져있을지언정 분기별 성장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3%대 안착이 확실해 보인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3분기 고성장은 수출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기간 수출은 6.1%나 증가하며 2011년 1분기(6.4%)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추석 연휴 전 9월에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세우며 2분기(-2.9%)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은 반도체는 계속 좋았고 자동차는 유럽과 중국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화학제품도 유가 상승으로 여건이 개선됐다.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소비는 2.3% 증가하며 2012년 1분기(2.8%)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들이 분명하게 대비되어 그 명과 암이 뚜렷하다. 때문에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험 요소들에 대한 리스크 메니지먼트에 심혈을 기울이면 장기간 우리는 옥죄고 있는 저성장 트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된다.

◇한국 경제의 긍정 요소는?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면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의 판단대로 한국 경제는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IMF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3.0%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7%에서 2.8%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2'로 유지하고, 피치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로,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은도 이때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발표했던 2.8%에서 0.2%포인트 올린 3.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과 갈등과 경제보복 문제도 양국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사드갈등 이후 냉랭하기만 한중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미세하나마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중 간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극적으로 성사되고, 공산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에는 2년 만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한중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공동성명 내지 합의문 발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가급적 다음 달 10일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전후해 발표할 수 있도록 실무 협상을 준비 중이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수출액 551억3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대 월간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수출 회복세는 한국 경제성장의 자양분이다. 올해 1~9월의 누적 수출액은 4302억 달러, 수입액은 3547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755억 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증가한 이후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난 1월 이후 9개월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실현 중이다.

◇한국 경제의 부정 요소는?

북핵 문제 등 외생변수를 제외하고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부정적인 요소는 내수부진과 실업이다.

3분기 가파른 수출회복과 정부지출 확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했음에도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0.4%, 2분기 1.0%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3분기 다시 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쉽사리 지급을 열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지금의 살림이 너무 팍팍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용 한파와 이에 따른 고실업 문제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며 내수부진의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 3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는 7월 31만3000명, 8월 21만2000명, 9월 31만4000명을 기록했다. 8월의 경우 7개월 만에 증가 폭이 20만 명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지난 2013년 2월 20만1000 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월간 고용증가 폭이 들쭉날쭉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이 불안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가계부채가 급증할 가능성과 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화 등도 4분기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북핵 위협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존의 1.25%로 동결한 것도 북한 리스크를 한번 더 보자는 취지였다. 이주열 총재도 "북한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 진단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신용등급 유지 △사드 해결 기미 △수출 회복 등의 긍정적 요소 가운데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수출 밖에 없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부정적 요소 중에서 북핵 리스크 역시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중시한다. 어느 때보다 나라경제의 리스크 메니지먼트(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률 확대가 주로 수출 회복에 의지한 측면이 큰데다,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수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파른 수치 상승이 반도체에 기댄 것이어서 보기보다 건강하지 않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금리 인상 등 금리정책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한편 경기 회복세가 서민 체감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등 확산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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