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외형확대와 신약개발비용 마련"…판권회수 대비 지적도

국내 제약사가 외형확대 및 신약개발 비용 마련의 일환으로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품목을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 제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어 배경을 두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신약개발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한다는 풀이가 많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판권 회수에 따른 매출 급락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제일약품 등은 자사의 영업력을 내세워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도입·판매하는 대표적인 제약사다.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 제품의 처방액보다 도입 상품의 처방액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유비스트(UBIST)가 공개한 의약품통계데이터에서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 제품 7월 처방총액은 188억원인 데 반해, 외부 도입 상품 7월 처방총액은 38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약품의 경우, 2017년 반기보고서 기준 자체 제품과 도입 상품의 매출 대비 비율이 각각 26.1%와 73.68%로, 도입 상품 비중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해당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부 도입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약가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침체된 내수시장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신약개발이지만, 신약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과 시간은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확보를 위한 다국적 제약사의 상품 도입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처음 외부 도입 상품 판매 전략을 세웠을 때만 해도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입 상품을 통해 얻은 수익이 신약개발 자금으로 확보됐다"며 "총알이 있으니 이제는 과감히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용은 지난 2015년 726억원에서 2016년 865억원, 2017년 상반기 월 누적 478억원을 기록하며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에 의존할 경우 판권 회수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매출급락 등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만큼, 도입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월, 대웅제약은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군'과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등 6개 품목의 판권을 회수 당하며 매출 하락 위기에 놓인 바 있다. 당시 대웅제약은 또 다른 당뇨병치료제인 '제미글로군' 등을 도입하며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매출을 끌어내는 자사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도입 품목으로 매출을 올렸다면, 반대의 상황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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