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등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는 기업들과 대조…고용부, 기아車 불법파견 혐의 수사 착수

기아차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아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한국정책신문=천원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SK가 비정규직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통큰 결정'으로 화답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고임금 특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 '노ㆍ노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기아차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공중에 붕 떠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연봉 1억원에 달하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노조 이기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정작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등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와 노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22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올해 '2017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 내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통해 찬성률 71.2%로 비정규직을 떼어내고 정규직만의 노조가 됐기 때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同一勞動同一賃金)이라는 노동계 대원칙까지 스스로 깨면서 비정규직 직원을 조합에서 밀어낸 것은 '고임금 정규직'의 특권을 뺏길 수 있다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부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같은 노동계 문제지만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귀족 노조가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사측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해도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기아자동차의 불법 파견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기아차 화성공장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달 말까지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경기지청은 지난달 20일 근로감독관 9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 11일 근로감독관들을 화성공장에 보내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고용부의 이번 수사는 2015년 7월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비정규분회(화성분회)가 기아차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기아차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화성분회가 기아차 경영진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기아차에 대한 근로자 불법파견 문제를 본격 수사함에 따라 기아차로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서둘러야 할 입장이나  '고임금 정규직'의 특권을 둘러싸고 심화하고 있는 노ㆍ노갈등으로 인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SK그룹은 계열사 하청업체 직원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SK는 오는 7월부터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한화기 위해 100%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채용한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최근 문 대통령이 자사의 제품을 입고 등장한 것을 계기로 사내 비정규직 1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고, 은행권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정규직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던 사무인력을 앞으로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OK저축은행은 올해 전체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3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대체인력을 제외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현대카드와 NH농협은행 등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년간 끌어온 비정규직 문제를 노조와 최종 매듭지으면서 기업들의 비정규직 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사내하청 근로자 2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상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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