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종근당,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주요 제약사 "검토 중"

동아쏘시오그룹과 종근당이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보수적인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제약업계가 응시자의 인적정보를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채용 과정에서 학연, 지연 등을 배제해 기회를 평등하게 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제약업계의 채용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관련업계의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과 종근당이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가운데, 이외 제약사들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고민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5일 입사지원서상 학력, 가족관계, 키, 어학성적, 사진부착 등의 항목을 없애는 것이 골자인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블라인드 채용안)'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7월부터 332개 모든 공공기관에서, 8월부터 149개 모든 지방공기업에서 전면 도입됐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민간기업 처음으로 7월11일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는 1959년 공채 1기 때부터 50년 이상 사용하던 입사지원서 양식이 아닌, 사진이나 학력, 출신지역, 가족관계 등을 없앤 새로운 입사지원서를 마련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등 주요 사업회사들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하반기 인턴 40여명 채용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연구·개발 등 전문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 걸쳐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200여명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학력, 성별 등으로 발생하는 선입견을 없애 지원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고, 이미 일부 직군에서는 블라인드로 채용을 완료한 것으로 안다"며 "부족한 부분을 지속 보완하고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해 공정한 채용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이 50년 이상 사용해오던 입사지원서(왼쪽)는 사진, 학력, 외국어, 가족관계 등을 입력하는 항목으로 구성된 반면, 이번에 바뀐 입사지원서(오른쪽)는 인적정보보다는 경력사항, 직무 관련 교육 이수사항 등 개인역량에 초점을 맞춘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제공>

종근당도 지난 10일 올해 하반기부터 직원 채용 시 출신지역, 가족관계, 학력, 신체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채용규모는 올해 하반기 200명, 내년 420명 이상이다.

다만 입사지원서 양식 변경, 채용 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종근당 관계자는 "편견 없이 공정하게 개인의 능력만 보고 채용하자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현재는 방향만 정해진 상황으로, 입사지원서 양식 변경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그룹과 종근당이 민간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시작하자, 주요 상위 제약사들도 블라인드 채용 도입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블라인드 채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동아쏘시오그룹과 종근당을 제외한 주요 제약사들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거나 검토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는 스펙보다 잠재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평가 절차 등은 나온 게 없다"며 "채용이 진행돼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생각을 접은 것도 아니다"며 "전문 분야를 제외한 일부 사업부문은 이미 전공 등 제약 없이 열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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