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우리측 입장 당당히 개진"…협상요구 수위 비교적 낮아져
한쪽 요구시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개최에 응해야

미국 정부의 한미FTA 개정 요구의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 워싱턴 D.C.에서 마이클 프로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재협상인가 수정인가.” 

미국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의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요구를 ‘전면 재협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USTR이 12일(현지시간)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는 ‘재협상’을 의미하는 ‘renegotiation’은 쓰이지 않았다. 반면 ‘수정’ 또는 ‘개정’을 의미하는 ‘amendment’와 ‘revision’, ‘modification’ 등이 번갈아 사용했다.

서한에 쓰인 “~~to consider matters affecting the operation of Agreement, including amendments and modification. I believe that this session and the follow-on renegotiation will provide an opportunity to review progress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Agreemet~~”등의 문구를 보면, ‘전면 재협상’보다는 ‘일부 개정’ 또는 ‘일부 수정’ 의미가 강해 보인다.

정부의 공식 서한, 그것도 과거 오랜 협상 끝에 양국이 합의한 협정(agreement)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언어의 선택이 엄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 재협상보다는 일부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We are renegotiating a trade deal right now as we speak with South Korea)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협상 수위가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서한은 또한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important ally)관계이자 주요 교역국이나, 더욱 발전된 양국 관계를 위해서는 자유롭고(free), 공정하며(fair), 균형적인(balanced) 무역관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13일 미 USTR가 한미FTA 개정 협상을 요구해 온 것과 관련, "재협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오전 5시에 USTR 대표의 서한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왔다. 청와대도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된 회의가 있을 것이고, 수석보좌관 회의 때 통상비서관의 보고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협상이나 후속협상이라는 용어가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USTR이 서한에는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단어는 없고 수정(revision 또는 modification, amendment), follow-on negotiation(후속 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USTR가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에 대해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및 수정’, ‘후속 협상’”이라면서 “우리측 입장을 당당히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측은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한미 FTA 조문 상의 용어인 ‘개정 및 수정’을 사용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상(follow-up negotia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라 한쪽의 요청이 있을 경우 상대방은 30일 내에 공동위원회 개최에 응해야 한다. 이에 양국 실무협의를 통해 세부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미국 내 업계 및 한국정부의 반응 등이 서한 언어 선택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미국 내 한미FTA를 지지하는 업계 및 의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해당 단어가 야기할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