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무역적자 110억 달러 이상 증가"…文대통령 "함께 노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좋은 딜이 아니다"며 FTA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미 공조'를 강조해 온 한국에게는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한미 FTA가 2011년 체결된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었다"며 사실상 '재협상'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현재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이번 달에는 신용회사가 미국의 LNG 초도 물량을 한국에 보내는데 그 거래량은 520불 이상이다. 굉장히 좋은 것"이라며 "우리 장벽을 없애고 시장의 진입을 더욱 더 확대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굉장히 심각한 자동차라든지 철강의 무역 문제에 대해서 지난 밤(문 대통령과의 백악관 만찬)에 얘기를 했다"며 "문 대통령이 자신의 우려표명에 대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의 근로자라든지 사업가들, 그리고 특히나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정하게 한국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업들은 자동차를 미국에서 팔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기업들도 상호 호혜적인 원칙에 기반해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벽을 없애고 시장의 진입을 더욱 더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발표를 한 문 대통령은 "양국간 경제협력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이 모두 호혜적 성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에는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킨다'로만 표현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나고자 백인 보수 지지층에 먹히는 무역 이슈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 벨트 백인 근로자층의 '반(反) FTA' 정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경제 현안인 FTA 문제를 놓고 자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실리를 챙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부터 FTA에 따른 무역손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압박해왔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FTA 재협상 압박에 사실상 '재협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우리도 우리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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