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 9주년 특별기획] AI 혁명…기회인가, 위기인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현대차, 연말 시속 80㎞ 레벨3 車 상용화
대규모 투자로 'AI 반도체' 시장 진입 가속
커넥티드 카, 배터리 수명 예측에도 침투한 'AI'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1956년 미국에서 ‘사람의 지능을 닮은 기계’로 등장한 AI는 67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의 중심에 섰다. 로봇, 자율주행, 가상현실,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은 AI로 귀결된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우리는 ‘초거대 AI’ 시대에 진입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혁명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거대한 파도다.

AI는 기회이자 위기다. 굿모닝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경제, 사회, 문화, 법제도 등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AI를 집중 조명한다. 초거대 AI 시대, 굿모닝경제는 선두에 서 AI에 의해 한 단계 도약할 한국 경제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차와 국회사무처는 지난 7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자율주행 로보셔틀 운행 기념 시승식'을 개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첫줄 오른쪽), 김용화 현대차 사장(첫줄 왼쪽), 이광재 국회사무총장(둘째줄 오른쪽),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둘째줄 왼쪽) 등이 자율주행 로보셔틀 차량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와 국회사무처는 지난 7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자율주행 로보셔틀 운행 기념 시승식'을 개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첫줄 오른쪽), 김용화 현대차 사장(첫줄 왼쪽), 이광재 국회사무총장(둘째줄 오른쪽),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둘째줄 왼쪽) 등이 자율주행 로보셔틀 차량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도심항공교통(UAM), 트램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술 고도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서비스,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미래 모빌리티에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시스템들이 생성형 AI와 밀접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능한 AI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이미 고도의 AI 기술을 갖춘 업체에 투자함으로써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현대차, 연말 시속 80㎞ 레벨3 상용화

자동차 업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자율주행이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는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이 기술의 완성은 모빌리티 역사의 큰 획을 그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베타 버전만 출시한 FSD의 정식 버전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수준은 레벨2(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자율주행이고, 레벨3를 적용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포드뿐이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 세계 최초로 시속 80㎞까지 작동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그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혼다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시속 60㎞로 상용화한 게 전부였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 중이다.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은 차량 스스로 주행 상황을 인지·판단해 제어하는 등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해외에서는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지난 7월부터 미국 텍사스에서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아이디버즈 전기차의 시범 운행을 시작했으며, 독일 뮌헨의 공공도로에서도 자율주행 테스트를 시작한다. 폭스바겐은 자율주행 테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2026년에 완전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이스라엘의 통신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오토톡스’와 손잡고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의 차량사물통신(V2X) 통합 제어기 개발에 나섰다. 5G 기반 V2X 통합 제어기는 차량과 차량 또는 차량과 시설 간의 대용량·실시간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완전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자율주행 4단계’의 핵심 기술로 분류된다.

현재 완전 자율주행의 선행 기술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차량에 장착된 센서가 주변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알림을 주는 수준이지만,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려면 차량이 스스로 주행 환경을 판단하고 제어해야 한다. 따라서 이동 중에도 주변 환경과 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5G 기반의 V2X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1~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해당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가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 담당 부사장(오른쪽)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만나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가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 담당 부사장(오른쪽)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만나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 대규모 투자로 'AI 반도체' 시장 진입 가속화

전기차 보급 증가로 차량용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차는 AI가 적용된 반도체의 기술력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반도체개발실을 신설하고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투자·협업을 통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캐나다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에 쓰일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텐스토렌트는 자율주행에 꼭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 등 AI 반도체 관련 지적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했다. 보스반도체는 고객사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및 요구 사항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또 지난 3월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딥엑스’와 로보틱스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7월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보며 시장 참여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앞서 정 회장은 올 초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신년회에서 “현재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차가 레벨4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2000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제 전환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및 기술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전자도 지난 5월 텐스토렌트와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AI 반도체는 앞으로 LG전자의 기존 제품과 함께 차량용 전장 부품에도 활용된다.

LG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건 2021년부터였다. 센터 내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독일 시험인증전문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전장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기능안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전장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차·기아 커넥티드 카 서비스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 커넥티드 카 서비스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현대차·기아]

◇ 커넥티드 카, 배터리 수명 예측에도 AI 활용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스마트 기기로 인식되는 가운데,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 카 라이프’를 누리길 원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커넥티드 카’ 기술력도 높아지고 있다.

커넥티드 카 서비스란 자동차에 IT를 융합,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차량 제어, 차량 관리 등을 가능하게 한 서비스를 뜻한다. 기존 실시간 길 안내, 음성인식, 차량 원격 제어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넘어 최근에는 차량 원격 진단 및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 내 간편결제, 비디오·오디오 스트리밍 등 혁신적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2003년 국내 최초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을 출시하며 커넥티드 카 서비스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GCS)를 운영하고 있다.

커넥티드 서비스 가입 차량이 늘어날수록 이들이 생성하는 교통 신호 등 각종 데이터의 양은 크게 늘어난다. 이런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는 AI 딥러닝 기술 적용을 더욱 용이하게 해주는 동시에 신속한 데이터 분석과 처리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보다 더 똑똑하고 혁신적인 AI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주행거리 추가 확대를 위해 세계 최초 보조배터리를 활용한 주행 중 충·방전 기술을 적용하는 등 기반 기술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는 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원격진단 기능을 추가하고 급속한 열확산 차단 등 화재 안전 기술을 적용한다.

현대차는 BMS 고도화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주행거리와 긴 수명, 안전성을 갖춘 전기차 구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출시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극한의 주행 조건에도 최대의 주행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고성능 EV 특화 열관리 제어’를 포함해 최고 수준의 현대차 EV 열관리 기술이 집약돼 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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