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 9주년 특별기획] AI 혁명…기회인가, 위기인가
AI 산업 육성‧신뢰 기반 조성법, AI 책임‧규제법 등 계류 중 
AI 창작물 저작물 인정되나…현행법 불명확, 관련 법은 국회에서 낮잠
AI 저작권 침해 문제도 난제, 국회선 TDM 면책 조항 법제화 추진 움직임
“기술 발전 저해 않으면서 안전 활용 위한 세심한 정책 추진 필요”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1956년 미국에서 ‘사람의 지능을 닮은 기계’로 등장한 AI는 67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의 중심에 섰다. 로봇, 자율주행, 가상현실,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은 AI로 귀결된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우리는 ‘초거대 AI’ 시대에 진입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혁명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거대한 파도다.

AI는 기회이자 위기다. 굿모닝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경제, 사회, 문화, 법제도 등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AI를 집중 조명한다. 초거대 AI 시대, 굿모닝경제는 선두에 서 AI에 의해 한 단계 도약할 한국 경제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ICT 분야 수출상담회인 2023 글로벌 모바일 비전에서 유정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이 참가 부스 관계자로부터 AI순찰로봇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ICT 분야 수출상담회인 2023 글로벌 모바일 비전에서 유정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이 참가 부스 관계자로부터 AI순찰로봇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하면서 AI가 글로벌 빅트렌드로 급부상했지만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에서의 법‧제도 기반 마련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AI가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면서 AI가 가져다준 편리성 만큼이나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I의 공정성‧책임성‧투명성 및 신뢰성‧윤리의식 확보 문제와 함께 저작권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난제다. 

AI는 기존에 형성된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종‧성별 등과 관련된 편향과 차별을 답습해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의 공정성 확보는 AI의 활용 확대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다. AI 관련 책임성은 AI 개발‧배포 등을 하는 관련 사업자에게 요구된다. 관련 사업자는 AI가 적절하게 기능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해야만 한다. 

또 AI가 사용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작동 방식 등과 관련된 투명성 담보는 AI가 도출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AI가 각종 범죄와 민주주의 가치 훼손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윤리의식에 기반한 AI의 개발 및 활용 문제도 AI 관련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이와 함께 AI의 저작권 문제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AI가 만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봐야하는 것인지, 이를 인정한다면 저작자는 누가 되는 것인지, 또 AI가 활용한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AI 관련 각종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법안 논의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아 이들 법안이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에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AI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은 걸음마 단계, 국회 관련 법 논의는 하세월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세계시장에서 AI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AI 관련 각종 부작용과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도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를 규제하는 ‘인공지능법(AI Act)’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EU 의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가결된 바 있다. 법안은 AI를 위험 수준에 따라 용인할 수 없는 위험, 고위험, 제한된 위험, 낮은 위험으로 구분해 이에 비례하는 규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초 의회 상・하원이 AI와 관련해 ‘알고리즘 책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스스로 영향평가를 실시해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우리 정부도 AI가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2020년 12월 ‘AI 윤리기준’으로 3대 기본원칙과 10대 요건을 발표했다. 3대 원칙에는 AI 개발‧활용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인간의 존엄성‧사회의 공공선‧기술의 합목적성 원칙이 포함됐다. 또 10대 요건에는 3대 원칙을 실천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다양성 존중, 침해 금지,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 등의 요건이 명시됐다. 

지난해 2월에는 AI 분야 종사자가 고려해야 할 ‘인공지능 윤리기준 실천을 위한 자율점검표’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안내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또 향후 AI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검・인증 심사기준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 법안에는 AI 기본계획을 통한 산업 육성, AI 기술에 대한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 윤리원칙 등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AI 산업 육성‧신뢰 기반 조성법, AI 책임‧규제법 등 계류 중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인공지능책임법안도 과방위에 발이 묶여 있다. 황 의원의 법안에는 AI 개발 및 이용에 관한 기본원칙과 국가‧사업자의 책무 및 이용자의 권리, 고위험 AI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책과 분쟁 발생 시 조정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인공지능 책임 및 규제법안’은 아직 과방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안 의원의 법안은 AI를 ▲금지된 인공지능 ▲고위험 인공지능 ▲저위험 인공지능으로 유형을 구분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한 것이 핵심 골자다. 

이와 함께 AI 기술을 채용 과정에서 활용하는 경우 구직자에게 AI의 평가방식이나 알고리즘의 작동방법 등을 미리 알리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아 박광온‧신영대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AI가 선거를 왜곡시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도 다수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지난 6월 AI 또는 AI를 이용한 프로그램에 허위의 정보나 명령 등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해 얻은 결과를 선거운동을 위해 전송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올해 초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행안위에 계류 중이다. 위 의원의 개정안은 선거운동을 위해 AI를 기반으로 활용한 인물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 영상을 유통할 때는 해당 동영상이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사실을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 AI 창작물 저작물 인정되나…현행법 불명확, 관련 법은 국회에서 낮잠


이와 함께 저작권 논쟁은 챗GPT까지 등장하면서 최근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AI는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는 등 창작 활동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AI 음악·음성 분야 기업 포자랩스에서 AI로 만든 음악이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의 배경음악에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AI가 만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인지, AI의 창작물이 저작물이라면 저작자는 누가 되는 것인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 때문에 법적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공학자 스티븐 탈러는 지난해 6월 생성형 AI 시스템 ‘DABUS’가 그린 ‘최근 낙원으로의 입구’라는 작품에 대해 본인 이름으로 된 저작권을 신청했지만 미국 저작권청이 반려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은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현행법상 AI 저작물 관련 및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인간의 창작활동을 도와주거나 스스로 저작물을 생산해 낼 수 있는 AI가 제작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법적 근거를 담아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2021년 2월 문광위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된 이후 2년 넘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KT 충남충북광역본부가 충청북도, 충북과학기술혁신원과 청남대에 AI 안내 로봇, 순찰 로봇을 도입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KT 충남충북광역본부가 충청북도, 충북과학기술혁신원과 청남대에 AI 안내 로봇, 순찰 로봇을 도입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AI 저작권 침해 문제도 난제, 국회선 TDM 면책 조항 법제화 추진 움직임
    “기술 발전 저해 않으면서 안전 활용 위한 세심한 정책 추진 필요”


AI 저작권 논쟁의 또 다른 포인트는 AI가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수집하고 이용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게티이미지는 올해 초 자사에서 축적해 온 이미지 1200만장 이상을 복제했다는 이유로 AI 모델 개발사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영국 런던의 법원과 미국 델라웨어주의 연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지난 5월 AI 저작권 문제 등 디지털 쟁점 해소를 위한 기본 방향을 규정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올해 9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I 저작권 침해 문제가 소송전으로까지 번지면서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저작권법상에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으로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조항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TDM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하는 정보처리기술을 뜻한다. AI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TDM 면책 조항’을 신설해 기존 저작물이나 각종 데이터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TDM 허용을 위해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을 도입한 상황이다. 

국회에는 민주당 도종환‧국민의힘 이용호‧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TDM 면책 규정’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문광위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TDM 면책 규정 도입이 사업자 측의 편의에만 맞춰져 있어 창작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인공지능이 건강, 안전, 기본권, 환경, 법치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신뢰성, 책임성, 공정성, 투명성 등의 차원에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성형 AI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향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 설계 요구가 크다”면서 “대표적인 문제로는 생성형 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 규제, 생성형 AI의 답변 오류 해소”라고 지적했다.

또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배제의 확대・재생산 제어, 생성형 AI 이용 및 학습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및 중요기밀 누출 대응, 생성형 AI 적용으로 산업 내부에서 발생할 신・구 서비스간 갈등 대응, 생성형 AI와 저작권 문제 해결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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