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1956년 미국에서 ‘사람의 지능을 닮은 기계’로 등장한 AI는 67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의 중심에 섰다. 로봇, 자율주행, 가상현실,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은 AI로 귀결된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우리는 ‘초거대 AI’ 시대에 진입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혁명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거대한 파도다.

AI는 기회이자 위기다. 굿모닝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경제, 사회, 문화, 법제도 등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AI를 집중 조명한다. 초거대 AI 시대, 굿모닝경제는 선두에 서 AI에 의해 한 단계 도약할 한국 경제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이 고도화되면서 인류의 삶에 다양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일자리 문제'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로 만드는 AI기술이다. 콘텐츠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 결과로 새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했다면, 생성형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킨다.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 생성할 수 있다. 특정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거나 특정 노래를 원하는 가수의 음색으로 재생성할 수도 있다. 특정 소재로 시를 짓거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다.

2016년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세계는 AI의 딥러닝에 단순 사무직이 대체될 미래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챗GPT가 등장하고,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면서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활동을 시작하자 대부분의 직업이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단순 사무직 대체 넘어 인간 전유물이던 창작물까지 위기

지난 3월 골드만삭스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발달로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3억개의 일자리가 위협 받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일자리의 3분의 2가 AI에 의해 부분적으로 자동화되고, 4분의 1은 완전히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정직, 법률직이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전망에 직장인은 본인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기 시작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31개 국가 내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근로자 동향 지수 보고서에서 응답자 중 절반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어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AI로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큰 직업은 대부분 자동화하기 쉬운 사무직과 준전문직 근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AI로 만들어낸 그림, 소설, 영화 등 창작물로 확대되면서 저작권 논란까지 불이 붙었다.

오픈AI는 딥러닝을 한다는 특성상 저작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으로 2001년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샤본 작가를 비롯한 미국 작가들은 이달 오픈AI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규탄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가 자신의 작품들을 무단으로 복사해 챗GPT의 학습데이터에 포함시켰고, 이에 챗GPT의 시스템이 자신의 작품을 정확하게 요약하고 스타일을 모방한 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양대 노조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 노조(SGA-AAFTRA)는 AI가 배우와 작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3개월째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파업에는 17만1500여명의 조합원이 동참했다.

이 파업으로 올해 많은 배우가 국제영화제에 불참했으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AI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모니 코린 감독의 '아그로 드리프트'는 열화상 캡처를 제외하고 모든 제작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아그로 드리프트가 상영되는 동안 일부 관객은 현장을 떠나며 AI 영화를 보이콧했지만, 상영 후에는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생성형 AI에 창작자들이 이 같이 거세게 항의하는 것은 AI시스템이 기존의 창작물을 학습해 모방한 결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가 월 20달러 유료 서비스인 GPT-4를 선보이는 등 수익 창출 구조로 바뀌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됐다.

◇ 시대 발 맞춰 맞춤 교육 시스템 갖추고 규제 체제 개편해야

일자리를 위협받는 근로자의 우려와 별개로 사용자들은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직장인을 원하고 있다.

MS에 따르면 지난 3월 비즈니스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미국 내 구직 공고에서 GPT가 언급된 공고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증가했다. 기업 대표 10명 중 8명은 AI 기술 확대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직원들이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세계 최대 취업 정보 검색엔진 인디드도 2021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 구인 플랫폼에서 생성형 AI 관련 채용 공고가 250% 폭증했다고 밝혔다. 일부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지만,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다룰줄 아는 AI 기술 인재에 대한 채용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GPT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심층적인 질문을 통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변을 얻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변화함에 따라 교육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교육 시스템이 정체하는 가운데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는 AI 융합 심화 교육에 나섰다. 충북 진천군은 KAIST 융합교육연구센터, 진천교육지원청과 함께 AI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능력과 수준에 맞춰 KAIST 박사가 직접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의 심화 개념을 지도하고, 학생들은 AI 활용 역량이 증대될 수 있는 팀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기술과 직업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중견 직업인 배출을 목표로 설립된 전문대학들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AI, 로봇,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을 커리큘럼에 접목시키고 전공심화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동아방송예술대는 지난해 SK텔레콤 이프렌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했다. 동서울대는 메타버스교육센터에서 일반대학 졸업생보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만큼은 뛰어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 머스크 “AI, 미래 인류 문명의 최대 위험 요인”…최근 AI 스타트업 차려

AI 기반 교육을 적절하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육자들이 로드맵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AI 산업의 규제 체제 확립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13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상원의원들은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 ‘AI 인사이트 포럼’에서 AI 규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AI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면서 “잠재력을 지녔지만, 문명에 대한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상원의원들은 자율주행차보다 심화된 인공지능을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의 모든 참석자들은 정부가 AI 규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정부 서밋(WGS)’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AI는 미래 인류 문명의 최대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개발에 반대해 오던 머스크도 최근 AI 스타트업 'xAI'를 차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AI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산업의 발전과 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규제는 절대 안 되지만 제대로 더 잘 쓰기 위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며 “인류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입각해 디지털 윤리 규범과 질서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굿모닝경제 이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