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 9주년 특별기획] AI 혁명…기회인가, 위기인가
철강업계, '제조공정의 스마트화' 추진…품질 안정성 강화
선박 건조 현장에 투입되는 AI…'스마트 조선소' 전환하는 조선사들
정유·화학업계, '스마트 팩토리' 세워 생산 공정 자동화
"생성형 AI, 아직 신뢰성 담보 못해…단계별 접근 필요"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1956년 미국에서 ‘사람의 지능을 닮은 기계’로 등장한 AI는 67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의 중심에 섰다. 로봇, 자율주행, 가상현실,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은 AI로 귀결된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우리는 ‘초거대 AI’ 시대에 진입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혁명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거대한 파도다.

AI는 기회이자 위기다. 굿모닝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경제, 사회, 문화, 법제도 등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AI를 집중 조명한다. 초거대 AI 시대, 굿모닝경제는 선두에 서 AI에 의해 한 단계 도약할 한국 경제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로 수집·분석한 정보를 활용해 포스코 직원이 조업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미지.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로 수집·분석한 정보를 활용해 포스코 직원이 조업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미지. [사진=포스코]

#1. 조선사들은 인력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조립 공정에 협동로봇을 도입해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

#2. 한 철강기업은 AI를 활용해 수많은 변수를 스스로 학습하고 원료 성분과 용광로 상태를 점검해 조업 조건을 제어하는 ‘스마트 고로’를 도입, 연간 8만5000톤의 쇳물을 추가 생산하고 있다.

제조 현장이 똑똑해지고 있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가 제조업에 속속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성형 AI의 발전은 사람 수준의 언어·시각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디지털 영역을 확장해 전 산업에 걸친 생산성과 업무 효율 증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령 제조 분야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하거나 개발 주기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제조업 특성상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만큼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급격한 자동화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등 생성형 AI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포스코·현대제철, '제조공정의 스마트화' 추진…품질 안정성 강화

국내 최대 철강사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조 공정의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50년간 축적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전 생산 공정에 접목해 최적의 생산 현장을 구현함으로써 고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 제철소’의 주요 골자는 ▲포스프레임을 이용해 전 공장의 데이터를 수집 및 정형화하는 것 ▲포스프레임이 AI, Io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공정 조건을 내놓고 공장을 제어하는 것이다.

스마트화된 포스코의 주요 고로는 ‘AI 용광로’라고 불릴 만큼 자체 제어와 예측이 가능해졌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고로 스마트화를 시작으로 3고로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했다. 또 광양제철소의 3고로, 4고로에도 스마트 고로 시스템을 구축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조업과 품질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

포스코는 최근 챗GPT와 사내 업무시스템이 결합한 ‘P-GPT(Private GPT)’ 플랫폼을 사무 업무에 도입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사내 지식 정보를 접목시켜 임직원들의 업무에 챗GPT 활용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포스코는 P-GPT 활용으로 ▲공정거래 리스크 해소 ▲사내 민감 정보의 유출 방지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와 스마트 매니지먼트 융합을 통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제강 부문에선 온도 예측 모델을 도입해 AI로 대형 압연 소재 추출 목표 온도를 최적화했고, 후판 품질까지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제철은 알파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AI가 15억개에 달하는 경우의 수에서 최적 합금 비율을 계산해 수개월씩 걸리던 비율 추출 실험을 10일로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도 고안해냈다.

현대제철은 2017년부터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철소의 생산 공정 및 기술력 향상을 꾀하기 위한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에 힘써왔다. 2019년 8월엔 당진제철소에 스마트 팩토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추진하는 등 전문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SYARD 적용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해 인력, 자재, 에너지 등 경영 자원의 효율적 관리, 리드타임 단축은 물론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SYARD 적용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해 인력, 자재, 에너지 등 경영 자원의 효율적 관리, 리드타임 단축은 물론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삼성중공업]

◇ 선박 건조 현장에 투입 AI…조선업계, '스마트 조선소' 전환 박차

조선업계에서는 대형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한창이다.

HD현대는 세계 최초로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해 ‘FOS(미래 첨단 조선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FOS란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스마트한 작업 관리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HD현대는 여기에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의 플랫폼 ‘파운드리’를 활용,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는 모든 공정에 첨단 자율 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장비 생산성과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황을 예측해 사고를 예방하는 등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한화오션도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거제 옥포조선소의 스마트 야드화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해 안전성을 제고하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 숙련직 감소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2020년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열간가공 작업에 AI 기술을 접목한 로봇 ‘곡누리’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올 초에는 선박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협동로봇 개발에 성공해 선박 건조 현장에 투입했다. 이 로봇은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로봇으로,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충돌 안전 분석을 통해 안전 펜스나 안전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도 작업자가 협동로봇과 함께 용접 협동 작업을 할 수 있어 작업자와 협업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올 초 업계 최초로 견적부터 제품 인도까지 선박 건조 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고 관제할 수 있는 전사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SYARD’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삼성중공업은 “SYARD 적용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해 인력·자재·에너지 등 경영 자원의 효율적 관리, 리드타임 단축은 물론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AI 기반 챗봇 ‘SBOT’을 개발하고 이를 선박 설계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설계 담당자는 도면 검색이나 일정 관리, 출도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중요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리드타임 단축 및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LG화학 청주공장 RO멤브레인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은 RO멤브레인 증설 공장을 AI, 디지털전환(DX) 자동화 공정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지을 예정이다. [사진=LG화학]
LG화학 청주공장 RO멤브레인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은 RO멤브레인 증설 공장을 AI, 디지털전환(DX) 자동화 공정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지을 예정이다. [사진=LG화학]

◇ 정유·화학업계, '스마트 팩토리' 세워 생산 공정 자동화

대표 ‘굴뚝 산업’으로 꼽히는 정유·화학업체들도 AI를 활용한 스마트 산업 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스마트 플랜트’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스마트 플랜트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주력 사업장인 울산 CLX 공장에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회전기계 위험 예지 ▲스마트 공정 운전 프로그램 ▲스마트 워크 퍼밋 등 4개 과제를 전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울산 CLX 폐수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인 ‘AI 폐수 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 사후 대응만 가능한 사람이 진행하던 폐수처리 방식에서 AI를 도입해 사전적으로 실시간 분석·예측이 가능한 시스템을 들여온 것이다. 이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보다 깨끗하고 완벽한 폐수 관리에 더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있다.

에쓰오일은 KT와 함께 ‘미래형 주유소’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ICT 플랫폼 기반의 미래형 주유소 구축을 위해 KT의 ‘커넥티드 카 커머스 솔루션’을 주유소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할 계획이다. 커넥티드 카 커머스 솔루션은 주유 차량을 인식해 실물카드 없이 자동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LG화학은 2017년 충남 대산공장에 LTE(4G) 기반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LG화학은 공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산업용 직캠을 도입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국내외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솔루션 부문(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재를 양산하는 첨단소재 사업 부문은 각각 오창 에너지플랜트, 테네시 공장에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활용, 모든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품질 분석·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생성형 AI, 아직 신뢰성 담보 못해…단계별 접근 필요"

이처럼 제조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제품의 품질까지 끌어올리는 생성형 AI는 제조업에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도구다. 제조업체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품질을 향상시키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생성형 AI의 부정적인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직 여물지 않은 기술력으로 인해 정확도의 오류가 생길 수 있고, 대규모 투자가 용이한 빅테크 중심의 승자 독식과 일자리 감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ABI는 “생성형 AI는 여전히 초기 단계며,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체는 생성형 AI의 기능을 이해하고, 최우수 사례를 우선시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챗GPT, 생성형 AI가 가져올 산업의 변화’ 보고서에서 “AI 서비스의 성능은 획기적으로 향상됐지만 정보의 신뢰성 판별, 저작권 문제, 제도 정비, 윤리적 이슈, 일부 직무의 AI 대체 가능성 등 총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잠재력을 활용할 목표로 생성형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성형 AI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의 사회적·경제적·윤리적 영향을 모두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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