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유권자들은 Covid-19 사태와 관련해 정부 여당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RN) 후보와 5년 만에 겨룬 '리턴 매치'에서 다시 한번 승리했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르펜은 3번째 대권 도전에서도 실패를 맛보았지만, 극우 후보 최다득표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르펜이 5년 전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에서 맞붙었을 땐 르펜의 33.9%, 마크롱은 66.1%로 32% 격차가 났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마크롱 58.55%, 르펜 41.45%로 프랑스에서 언젠가는 극우정당도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한편, Covid-19는 유럽의 유권자들로 하여금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보다 안전한 관리를 주장하는 주류정당을 지지하게 만들었다. 하나의 예로 지난해 6월 27일 치러진 광역 지방선거 2차 투표에서 르펜의 국민연합은 한 지역도 승리하지 못했다.

프랑스 13개 지역 중 범우파 7, 범좌파 5, 지역정당 한 곳의 승리가 예상됐었다. 투표율도 33%로 2015년 지방선거 1차 투표보다 16%나 떨어졌다. 저조한 투표율은 Covid-19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랑스 광역 지방선거의 결과를 유럽 정치문화에 닥친 '민주적 위기' 극복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Covid-19 사태는 유럽 유권자들의 지지가 급진주의에서 안전한 한 쌍으로 여겨지는 주류정당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Covid-19는 세계 수십억 명 일상생활의 많은 측면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이 백신, 의료, 경제적 여파와 씨름하면서 선호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Covid-19 사태 이전에는 유럽의 일부 지역,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고실업을 경험한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급진적 대중영합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관계로 중도정당이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도 자유주의 중도정당들은 극우정당의 도전을 받고 있었다. 

극우정당은 Covid-19의 확산 기간 동안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념을 전파하고 회원을 모집하며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신기술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하위문화의 성장을 기반으로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극우정당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의 민족주의 메시지, 특히 외집단 배제를 정당화하는 방법이다. 즉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에 경계선을 그은 이데올로기에 근거해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에 대해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최근 극우정당은 국적에 대한 생물학적 기준인 종족-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이념적 기준에 근거하여 배제하는 형태의 시민-민족주의를 채택한 것은 프랑스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새로운 '승자공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기후운동에 대한 반대를 새로운 문화전쟁 이슈로 격상시키고 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에서는 지방선거를 포함한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다.

만약, 진보적 중도주의자들이 Covid-19 확산으로 인해 그들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반등세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극우정당의 주류화와 함께 대중영합주의자들은 더 큰 힘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이종서 국제경제/통상 정책연구위원은 현재 EU정책연구소 원장이며, (현)한국유럽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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