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이종서 국제경제/통상 정책연구위원] 경제구조가 급격히 디지털화, 무형화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 서비스세 논란이다.

이종서 국제경제/통상 정책연구위원
이종서 국제경제/통상 정책연구위원

기존의 과세제도는 실체가 있고 거래가 파악되는 상황에서 세금부과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서 전자 상거래의 경우 세원 포착과 과세점 파악이 쉽지 않다. 또한, 국가 간 디지털 거래는 국가마다 세법과 세율이 다르므로 과세권 문제가 발생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중 특히 룩셈부르크(24.9%), 헝가리(9%), 네덜란드(25%) 등 일부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낮춰 다국적기업 유치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고자 EU 차원의 독자적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려 했다. 

EU 일반재판소는 지난 5월 15일 디지털 서비스세와 관련해서 아마존에 2억5000만 유로(약 3,412억원)의 체납 세금 납부를 명령한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했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글로벌 IT 기업이 온라인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서버가 있는 곳에서 납부하는 세금과는 별개로 실제 서비스가 소비되는 국가에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첫째, 디지털 서비스세가 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이외에 제3의 세금으로 이중과세될 수 있음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을 표적으로 과세한다는 점이 국제통상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통상법 제301조의 발동으로 EU 제품에 대한 관세, 수입 제한 등의 조치가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초국적 차원의 공동의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에 앞서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갈등을 줄이고 탈세를 막기 위해 역내 법인세 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이는 EU가 그동안 추진해온 ‘공동통합법인세(Common Consolidated Corporate Tax Base)’는 포기하고 기업의 각 회원국별 모든 수익을 통합한 후 각 회원국에 과세대상 소득으로 배분하는 ‘유럽비즈니스 소득세 체계(BEFIT: Business in Europe: Framework for Income Taxation)’ 개혁안이다.

집행위원회는 2023년까지 통합된 유럽비즈니스 소득세 체계를 완성할 계획에 있다. EU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EU 회원국과 다국적기업간 세제혜택 거래가 줄어들고 수익 창출 회원국에 적정한 납세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세계 경제가 디지털화되면서 다국적기업 중심으로 발생하는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BEPs 프로젝트 최종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핵심은 첫째,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위치에 따른 과세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고 둘째, 각국에 공통 법인세율을 적용하여 글로벌 IT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하여 조세를 회피하더라도 국제적 공조에 의한 공통 법인세율을 적용하여 해당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최근 최저 법인세율을 15%(OECD는 12.5% 제시)로 하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제안했다. 

디지털 경제에서 과세기반을 잠식하고 조세 형평성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법률체계에서 디지털 서비스 사업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디지털 서비스 사업에 대한 과세에는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중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다.

6월 중 OECD는 디지털 서비스세와 최저 법인세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에 있다. 따라서 미국과 OECD 간의 합의를 통해 최저 법인세와 디지털 서비스세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커졌다.

EU 회원국들의 미국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서비스세 논쟁에서 보듯이 디지털 서비스의 독자적 추진은 통상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정부는 OECD가 제안할 디지털 서비스세와 법인세 관련 논의를 시간을 갖고 우리 실정에 부합하는 조세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이종서 국제경제/통상 정책연구위원은 현재 EU정책연구소 원장이며, 한국유럽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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