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옥죄자 풍선효과만 커져…제2의 저축은행 사태 벌어질 수도

주가영 기자

[한국정책신문=주가영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가계부채가 줄어들기는 커녕 시중은행 대출이용이 힘들어진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돌아서면서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새 정부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6·19대책, 8·2대책을 내세웠다.

이달 말에는 세 번째 대출 규제가 발표될 예정이다.

두달에 한 번 꼴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방안을 새로이 내놓고 있지만 잇단 대출규제에도 가계부채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축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이 무려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을 찾게 된 것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48조9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 50조2376억원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저축은행 대출은 지난 2010년 5월 65조7541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11년에 터진 저축은행 사태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6월에는 27조5698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저축은행 대출은 올해 7월 기준 4조6283억원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무직자 중 절반 이상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이 없는 무직자나 사회경험이 부족해 신용등급이 낮은 청년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급증하는 저축은행 대출에 비해 이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진정 금융소비자, 국민에게 꼭 필요한 훌륭한 정책은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대출규제를 옥죄면 서민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불리하더라도 더 비싼 저축은행을 찾게 되리라는 걸 진정 몰랐을까.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먼저 가계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생활물가, 소득 확대 등 대책 마련과 함께 금융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든 것이 외면된 채 만들어진 규제는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