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알 권리' 침해한다"…"중금리상품 등에 대해선 광고규제 완화 필요"

녹색소비자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3년 11월 서울 종로구 엠스퀘어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발족식에서 대부업 광고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금융당국이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광고 규제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개회한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정치권과의 논의를 거쳐 대부업체에 대한 TV광고 전면 금지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부업체 광고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영업방해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전면금지 등의 강력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해결을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로 꼽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부업체 TV광고 전면금지 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TV를 보면 대부업 광고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소비자를 호도해 쉬운 대출을 조장하는 부당한 광고나 권유는 금지하고 청년들에게 빚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대부업체의 대출 관련 TV광고는 2007년부터 지상파채널에서는 전면 금지돼있지만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제한된 시간대에 한해 허용돼 있다.

대부업체는 2015년 7월부터 △평일 오전 7~9시 △평일 오후 1시~10시 △토요일·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를 제외한 시간대에 광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TV(IPTV),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보급화와 방송콘텐츠인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한 대부업체 대출 관련 광고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방영되고 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겨난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출 광고들은 '빠르고 편하다'는 이미지만으로 고금리 대출을 권하고 있다"며 "TV 광고뿐 아니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광고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 의원을 포함해 같은 당 정재호 의원,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20대 국회 들어 대부업의 대출 광고를 규제하는 법안 14건을 발의한 상태다. 대출 관련 문구를 금지하거나 시간, 매체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가장 강력한 규제 법안으로 꼽히는 법안은 제 의원이 지난해 7월25일 대표발의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상호저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이다.

제 의원은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의 TV광고 및 IPTV 광고까지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 당 변재일 의원이 지난해 11월14일 대표발의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대부업체가 방송광고뿐 아니라 IPTV·인터넷·전화를 활용한 정보통신망서비스 등에서 대출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3건은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변 의원 개정안과 함께 병합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출광고 전면금지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무위 소속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광고 전면 금지는 광고주의 표현 자유와 영업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 광고가 전면 금지되면 음성적인 마케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시간대별 규제를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김종석 한국당 의원도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공급자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라며 "아무런 내용 없이 그저 인형들이 나와서 춤추고 수박이 날아가는 이런 정보 전달 기능이 없는 이미지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업체의 TV광고 규제가 가시화되자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업계도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통 대부업 관련 규제는 저축은행에도 함께 적용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정부가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광고 금지는 '모순'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무분별한 대출광고에 대해서는 규제하더라도 정부에서 밀고 있는 중금리상품이나 수신상품 등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 광고까지 광고 규제를 하는 것은 정책을 역행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중금리상품 등에 대한 광고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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