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 재무적 요소 고려 않는다는 오해 있어"…"주식형 외에 다양한 상품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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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착한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착한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착한펀드가 그 취지와는 맞지 않게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어 일반펀드상품의 포트폴리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기업인을 초청해 간담회에 '오뚜기'가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초청 이유는 착한기업이었다.

이처럼 착한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 bility Investment) 역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착한투자'라고 불리는 사회책임투자(SRI)는 ESG 지수를 기준으로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그 결과가 좋은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SRI펀드가 코스피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와 포트폴리오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상품이 '대장주' 삼성전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기준 'NH-Amundi장기성장대표기업증권투자신탁[주식]ClassCi'의 경우 펀드 내 개별 종목으로 삼성전자 비중이 21.90%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SK하이닉스(5.18%), KB금융(3.07%), 롯데케미칼 (2.77%), 한국금융지주(2.29%), POSCO(2.20%) 등이 담겼다.

지배구조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HDC좋은지배구조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C-F'도 삼성전자를 18.53% 보유했다. SK하이닉스(4.66%), 엔씨소프트(2.30%), SK텔레콤(2.27%), NAVER(2.04%), 현대차(2.02%)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1년간 수익률 26.94%를 기록하고 있는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A1'의 경우 삼성전자 비중이 16.24%에 달했고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S)'도 삼성전자를 19.62% 보유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국내 SRI펀드 중 지난 5월29일 하이자산운용이 선보인 '하이사회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도 3.92%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했다.

국내 SRI펀드는 현재보다 기업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SRI펀드가 주식형에 그칠 정도로 걸음마 단계기 때문에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SRI펀드는 걸음마 단계"라며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는 ESG지수에 맞춰 투자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 설령 있다 해도 수익률이 저조해 상품에 구성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외의 경우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부동산형 등 SRI펀드 구성이 다양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SRI펀드도 대형주 위주의 주식형 펀드운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품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있다. SRI펀드는 어찌됐든 수익을 내야하는 펀드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기업 중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회책임투자에서는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라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며 "사회책임투자는 기부나 자선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하게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호 하이자산운용 책임투자리서치팀장은 "'착한 투자'라고 하면 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한다는 오해가 있다"면서 "투자 기업을 선별할 때 재무적인 요소를 따져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을 추려낸 뒤 이들 중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해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찾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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