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진퇴양난(進退兩難)'.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를 뜻하는 사자성어다. 요즘 증권업계에 꼭 맞는 사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1년 만기 발행어음 업무(자기자본 200% 한도)를,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허용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놨다.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고 증권사의 IB 역량 강화를 유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5곳이다. 네이버와 자사주 거래를 통해 자기자본 7조원을 조달한 미래에셋대우는 이들보다 앞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일 때 수행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까지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IB는 다른 펀드 상품과 달리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IMA 업무가 가능한 만큼 이를 무기로 자산운용사 펀드의 기관이나 개인의 자금을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IMA 인가를 받으면 한도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떠올려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형 IB인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문 정부 이후 두 달간의 금융위원장 공백으로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업계 안팎에서는 초대형 IB인가가 연내에도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파이'를 키워야 한다. 최근 국내 증시 호황으로 증권업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 경쟁력은 갈 길이 멀다. 작은 주식시장에서 '파이 나눠 먹기'에 만족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IB, IMA 등이 절실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인선으로 초대형 IB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제도 보완을 통해 국내 증권업계도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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