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자산운용사의 31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중 절반 가까이는 '마이너스' 수익률

인공지능(AI) 바람이 증권가에도 불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바둑 대결을 기억하는가. SF영화에서 나올 법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전 세계에 인공지능의 실체를 강하게 인식시킨 대사건이었다.

인공지능은 생소하지만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애플의 '시리'(Siri), 삼성전자의 '빅스비'(Bixby) 등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하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컴퓨터가 자동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자산을 관리해 주는 온라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업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이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하고 있고 대신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당국 지원 아래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수익률은 저조한 상태다.

​1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11개 자산운용사가 운용 중인 31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중 공모펀드 가운데 15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절반 가까이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8월 기준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은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성과보수 증권투자신탁제1호[혼합-재간접형]'로 -4.85%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아데나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1호[주식](사모)' 상품과 '골든브릿지아데나사모증권투자신탁1호[주식](사모)' 상품이 각각 -3.65%, -3.49%를 기록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알파로보 코리아 그로스 증권 자투자신탁1-1호(주식)' 상품(-3.18%), '에셋플러스 알파로보 코리아 그로스 성과보수 증권 자투자신탁1-2호(주식)' 상품(-3.17%) 등도 3%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전체 31개 상품 중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8개 상품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이밖에 △키움투자자산운용 △쿼터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상품도 1%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상품으로 15.8%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상품도 10.5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수익률 등 성적을 논하기보단 시장의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펀드들의 대부분은 지난해 말, 올해 초에 출시된 상품이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관계자는 "미국 등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로보어드바이저는 설계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트레이딩, 투자 등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상품들도 똑같은 금융상품 중 하나"라며 "이제 막 출시된 상품들의 수익률을 보고 상품을 평가하기보단 상품들의 포트폴리오를 따져보는 보고 투자하는 곳이 옳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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