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무역협정 재검토 행정명령 서명 …재협상땐 5년간 170억달러 손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의 형정명령에 서명했다. <포커스뉴스>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모든 무역 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정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한·미 FTA와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서 미국에 불리한 부분을 재협상의 근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된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안에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 무역협정을 조사한 뒤 이에 관한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해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 등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10개 국가를 지목했다. 한국은 미국 측 적자 규모로 따지면 8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장에서 불공정한 무역협정 사례로 연일 한·미 FTA를 끄집어내 비판하고 있다. 그는 28일 워싱턴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한·미 FTA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협상한 아주 나쁜 합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는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horrible)’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나프타 재협상을 마무리하면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된다면 그 시점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밝힘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돼 관세율이 새롭게 조정될 경우 우리나라에 앞으로 5년간 최대 170억달러(약 19조4000억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했음에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정부의 입장을 확인 중이다”는 말만 내놓고 있다.

코트라는 30일 ‘트럼프 취임 100일과 미국 통상·경제정책 평가 및 주요국 대응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계획 등 ‘당근’을 제시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한 반면 우리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분석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와 행정명령이 미국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협상 전략이지 전면 재개정이나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앞서 중국와 일본은 ‘대미(對美)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100일 계획’을 제시하거나 미국에 4500억달러 규모 투자와 7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식으로 대안을 찾았다.

우리의 경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콘트롤 타워 부재 상황이 장기화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파트너마저 없이 실기한 상태여서 중국이나 일본과 처지가 많이 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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