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택시기사·가정주부에 묻다…"월급 올라가고, 돈 걱정없이 취업준비 했으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루 이틀 간격으로 발표되는 대선후보 지지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후보의 공약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가? 국민들은 과연 어떤 정책을 원하고 있는가? 

그래서 물어봤다. 선택형 여론조사 질문이 아닌 주관식 질문.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바람들을 들어봤다.   

◆ 고시생 김정우(28)씨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청년들. 이곳의 밥값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대형학원이 많고 학원마다 공부하는 이들로 가득한 곳.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고시학원과 독서실, 고시원들이 들어차 있다. 노량진. 이곳에서 정우씨를 만났다.

"노량도라는 섬이라고요, 합격해야지 탈출할 수 있는 곳이요."

정우씨가 설명하는 노량진의 모습이다. 정우씨는 이곳에서 2년째 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면요? 글쎄요, 반값 고시원 공약? 저 같은 취준생 책값 지원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무튼 방값 부담만 줄어도 한결 나을 것 같아요"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시생들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생활비. 바로 경제적인 문제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고시원이나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 정우씨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고생하면 돈 걱정을 덜할 수 있잖아요. 잠을 한두 시간만 덜 자면 되니까요. 이렇게 일하면 독서실비도 할인받고 용도도 조금 벌 수 있어요." 

수업료며 방값에 식비까지.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00만원 정도. 하지만 부모님께 손 벌릴 처지도 못 되는 정우씨는 35만원 남짓한 고시원비를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맘 같아선 여기서 같이 공부하는 분들 다 시험 합격시켜드리고 싶죠. 근데 그건 안 되는 거잖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냥 돈 걱정 안 하고 공부라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 택시기사 김용재(49)씨

주말의 늦은 오후.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주변에는 '빈차'라는 글자가 보이는 택시들의 행렬이 길다. 그 줄 맨 끝자락에서 용재씨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 시간이 맞으면 휴식 겸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을 태우는 경우가 많아요.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손님 찾기도 어려워"

하루 14시간. 회사 택시를 모는 용재씨가 하루종일 운전으로 번 금액은 약 14만원 가량이다. 용재씨는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제외하고 매달 나오는 고정급을 합치면 한 달 170만원 안팎의 수입을 얻는다고 했다. 

"사납금 채우고 하루에 단돈 100원이라도 더 벌어야지 이 생각밖에 없어요"

용재씨는 특히 복잡한 시내에서 손님을 태우고 내리는 일이 고역이라고 했다. 승객을 태울 때도 내려줄 때도 택시는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우회전 길에 차를 세우고 불법 주정차가 넘치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타고 달려보지만, 승객을 내려주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승객들도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신호 지키면 초보자냐고 빈정거리는 경우가 많아요. 친절이나 교통법규 준수 같은 걸 따질 때가 아닌 거죠"

용재씨는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엉뚱해 하면서도 "불법 주정차량에 100만원짜리 딱지를 끊겠다"고 했다. 

"아니 뭐 그 사람들도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 돼야 사라지지 않겠어요? 내가 좀 너무한가? (웃음)"

◆ 주부 최양숙(52)씨

고용절벽, 일자리 부족, 실업률 증가 등 청년 취업난을 대표하는 말들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용어가 돼 버렸다. 각종 언론 매체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는 양숙씨는 취업을 준비 중인 아들과 대학생 딸을 둔 가정주부다.

양숙씨의 고민거리는 단연 '아들과 딸이 취업할 수 있을까'이다. 

"돈 들여서 대학 졸업시키고 유학도 보내놨더니 글쎄 벌써 3년을 저러고 있네요(한숨)"

아들에 대한 양숙씨의 한 줄 평이다. 양숙씨는 아들이 대기업은 몰라도 건실한 중견기업은 들어갈 줄 알았다고 했다. 

"정수가 일류대학을 나온 건 아닌데 그래도 학교 다니는 동안 이것저것 열심히 하더라고요. 청년실업이니 뭐니 해도 내 아들이 백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양숙씨는 무엇보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적당한 월급을 줘야 한다고도 했다.     

"일자리를 어떻게 늘려야 하고 일하는 사람들 월급들은 어떻게 올려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쪽으로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이 그런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죠."

"기자 양반, 그래서 누굴 뽑아야 되는 거야? 문재인? 안철수? 아니면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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