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별로 임금에 차등을 두는 임금체계. 이른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1월, 정부가 공무원·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그 여파가 금융업계에까지 미치자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예정대로 단행했다.

이번 파업에 금융노조가 예상한 참가인원은 약 10만명. 집결지인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수준이다. 반면 이날 정부가 추산한 참가인원은 약 1만8000여명으로 '총파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집회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예견됐던 금융마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작은 혼란의 낌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파업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애당초 기획됐던 수준의 파업이 왜 일어나지 못했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특정 기업의 단위노조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한 전국 규모 노조의 파업집회였기에 더욱 그렇다. 

노조측의 주장은 확고하다. 총파업을 앞두고 금융사들의 조합원들에 대한 강력한 파업불참 압박이 가해졌고 이를 정부 고위부처에서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총파업에 불참하겠다고 밝힐 때까지 직원들의 퇴근을 막는 등 은행 지점별로 조합원의 50% 이상은 파업에 불참하도록 하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다. 암묵적으로 파업 참가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파업행위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의 규정인 만큼 그로인한 사회혼란은 어느 정도 국민이 감수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노동자가 국민과 대비되는 집단이 아니고 국민 누구나가 노동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 행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행해지는 것이라면 이는 일단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교섭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금융권 종사자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호봉제는 은행 운영의 효율성·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파업행위가 '철밥통 챙기기'식 기득권 유지에 그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액 연봉자라고 해서 헌법상의 보호에서 제외될 수 없으며 파업행위가 가난한 노동자들만이 택할 수 있는 투쟁수단도 아니다. 성과연봉제의 합리성을 말하기 앞서 그 개선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청년실업률에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액연봉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헌법 규정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단행되는 정부의 이같은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이 '과정'을 무시한 '결과' 쫒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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