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바이오벤처, 적절한 시기에 기술수출 필요"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바이오벤처기업이 자체 기술로 미국 임상 3상을 끝까지 완료하고 허가와 발매단계까지 가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연구원들에게 ‘최고가 되든지 최고와 손을 잡으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끌어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기술수출을 하는 것이 중소 벤처기업에게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올해 국내 주식시장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1분기 영업이익률 증가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0.41%로 전년비 732.8% 대폭 상승했다.

지난 2015년 대웅제약에 인수된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며 탄탄한 중소제약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를 만나 국내 바이오벤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사옥에 자리 잡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 본사에서 만난 박승국 대표는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에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곧 편안하게 연구원에서 경영자로, 20여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에 몸담아 온 그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첫 직장인 대웅제약에서 1992년부터 2007년까지 근무하며 바이오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박 대표는 2007년 한올바이오파마 바이오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소장직을 맡으며 한올바이오파마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2013년 공동 대표에 오른 후 2015년 대웅제약과의 M&A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 기술료를 바탕으로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일으키며 탄탄한 기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15년간 대형제약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제약사의 역량과 벤처기업의 유연성을 조화롭게 접목한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당시 대형제약사들은 내부 사업으로 인해 신약개발에 충분하고 꾸준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대다수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R&D 과제와 시장성을 접목하는데 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를 경영하는 데 있어 안정적인 회사 성장을 유지하면서 R&D를 통한 혁신을 꾀하고자 했고, 현재 두 가지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지속적이고 과감한 R&D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의약품 판매 매출과 더불어 기술수출을 통해 발생되는 기술료 수익이 전체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전체 매출 중 기술료 비중은 지난해 5%를 넘겼으며,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목표했던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표는 향후 기술료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올해 목표는 이미 상반기에 넘은 것 같다”며 “2025년까지 기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에 절반이 된다면 영업이익률은 50%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 제공>

박승국 대표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모든 단계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적절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연구개발을 독자적으로 끌고 갔을 시 결과적으로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이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기술수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제약사는 직접 부딪힐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벤처기업의 경우 임상 1~2상 단계에서 파트너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독자적으로 무리해서 가져가는 것 보다 협업을 통해 제대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규모로는 독자적으로 해외 임상과 허가, 발매까지 마무리 하는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임상 1상이나 2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을 추진, 최종적으로 해외 임상 개발은 파트너와 함께 협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그 하나의 예가 로이반트 중국의 하버바이오메드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한올바이오파마가 있기까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의 M&A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대웅제약과의 M&A는 재무구조 뿐 아니라 영업적인 측면과 생산적인 측면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대형제약사가 가지고 있는 영업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대웅제약과 서로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적용, 다품목 소량생산 구조로 생산 단가가 높았던 기존 공장의 생산성 역시 나아졌기 때문이다.

R&D 측면에 있어서 효과는 한층 더 크다. M&A 이후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신약에, 대웅제약은 합성신약 연구에 집중하는 등 특화된 장점을 나누어 시너지를 얻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승국 대표는 향후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 개발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가 만든 약이 글로벌 10대는 아니더라도 최소 50대 의약품에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2025년 즈음에는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단일제품으로 매출 30억달러(한화 3조5000억원)를 올릴 수 있는 글로벌 50대 의약품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발생한 품목 허가취소나 기술 권리반환 등과 관련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후보 물질이 상용화 될 확률은 10% 정도인 만큼 리스크를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이미 약들이 많이 나와 있는 질환의 경우 기존에 나왔던 약들보다 나아진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허가의 어려움은 더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신약개발은 어쩔 수 없이 성공과 실패가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한 회사의 실패가 다른 회사의 신약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기에 업계 전체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과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 ‘HL161’은 현재 각각 북미에서 임상 3상과 2상을 진행 중이다. 두 제품 모두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투자해 올해 안에 항암 항체치료 후보를 확정,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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