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지자 수 차례 화해 시도…롯데 "가족 일과 기업 일은 별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수 차례 화해의 신호를 보낸데 이어 롯데홀딩스 이사로의 경영복귀를 요청해 주목된다.

또 지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5차례나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 안건을 냈던 것과 달리 이달 말로 예정된 주총에서는 신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힘의 균형이 신동빈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2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동주의 이사 선임 건’을 제안한다고 20일 밝혔다. 더불어 신동빈 회장의 해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최근 일련의 화해 모색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면 될 것’이라는 게 SDJ코퍼레이션의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을 제출하고 표 대결을 벌였으나 모두 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1대 주주인 광윤사(28.1%)의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신동빈 회장 지분은 4%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영진 중심의 종업원지주회(27.8%)와 관계사(20.1%) 등이 경영 능력을 입증한 신동빈 회장을 전폭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에서도 연달아 패하면서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한때 ‘책사’ 역할을 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자문료 소송 과정에서 이른바 ‘L프로젝트’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룹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L프로젝트’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승계를 방해하기 위해 롯데그룹 비리를 퍼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호텔롯데 상장을 방해하는 전략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은 ‘화해 모드’ 조성으로 급격히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총 4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에게 화해를 하자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보냈으며 올해 설에도 신 회장을 초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해당 편지에서 “성북동 집(신동주 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설날 가족 모임에서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롯데의 신동주로서가 아닌, 동빈의 형 동주로서 초대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형제가 다툼을 계속 이어 나가며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치고 있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 번 형제가 손 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경영비리,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실상 한일 롯데 ‘신동빈 원톱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 같은 화해 시도에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지가 공개됐을 때도 ‘화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가족 일과 기업 일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 역시 신 전 부회장이 앞서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신규 임원 선임은 상법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특정 주주 개인 의지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가족으로서의 화해는 향후 있을 수 있겠으나 사적인 부분과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의 일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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