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생존 위기' 호소하는데 보도자료 통해 월 매출 1억 매장 소개 '온도 차'

지난 3월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이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토니모리가 1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고 월매출 1억’을 기록한 인기 가맹점을 소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이 ‘생존 위기’를 거론하는 것과 달리 본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로드숍 불황은 없다”는 ‘월매출 1억’ 매장 점주의 말을 인용해 게재했다. 

본사와 가맹점 간 온도 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전날(17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하루 평균 유동인구 20만명에 달하는 부천역 상권 내 ‘토니모리 부천북부역점’을 매출 상위 가맹점으로 소개했다. 해당 매장의 경우 월 매출 1억원까지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부천북부역점의 경우 점주의 맞춤형 제품 추천과 세심한 고객 관리로 ‘역 쇼루밍(reverse showrooming)족’을 유치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과 반대의 소비패턴을 보이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토니모리는 “로드숍 불황은 없다”는 점주의 표현도 그대로 보도자료에 담아냈다. 

또 토니모리는 이 점주가 매출 유지 비결로 ‘능동적 태도’를 꼽았다고 밝히며 그가 인스타그램과 카카오 채널 등의 SNS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고도 썼다. 

해당 점주가 단골 고객 2000명과 소통하는 ‘부평 토니모리’ 카카오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제품이 출시될 경우 본인만의 피부관리 노하우 등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다는 부연이다. 

이번 자료는 가맹점 위기를 대하는 토니모리 본사의 인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지난 3월 토니모리 가맹점 100여곳은 본사 ‘갑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단체 동맹 휴업에 들어갔으며 ‘가맹점을 살리라’며 본사 앞 거리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또 토니모리 가맹점은 현재 타사 가맹점주들과 함께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할인행사 시 할인 금액을 본사와 가맹점이 정당하게 분배할 것, 온라인 오픈마켓에 제품이 난립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 등을 요구해왔다. 

또 화가연은 시중 온라인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하며 온라인 직영몰의 수익을 가맹점과 공유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상위 특화 매장 소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홍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 불과한 매출 상위 가맹점을 소개한 것은 실적 부진 등으로 고전하는 대다수 가맹점주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또한 해당 점주가 ‘능동적 태도’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함으로써 자칫 ‘개인의 능력에 따라 매출이 높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장품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가맹점 수익 하락을 개인의 노력부족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원브랜드 로드숍’들은 H&B스토어, 편집숍, 온라인 유통채널로의 고객 이탈, 잦은 세일, 사드 사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이 급격히 악화됐다. 토니모리 역시 2015년 상장에 성공하는 등 성장세였으나 2017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나빠진 상태다. 

때문에 화장품 업계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온라인 수익을 오프라인 매장과 나누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직영 온라인몰 매출을 소비자가 지정한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관하는 상생정책 ‘마이샵’을 시행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온라인몰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관세청은 국산 면세 화장품의 국내 불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품에 면세 물품 표시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꾸준히 요구해오던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토니모리는 이렇다 할 ‘상생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에도 잘 되는 매장은 물론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호소와 상생 요구에 직면한 상태에서 매출 상위권의 특정 매장 한군데만을 대표 사례로 들어 ‘로드숍 불황은 없다’는 등의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한 건 현 시점에서 가맹점들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행동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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