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CJ "인수 의향 없다" 애경 가장 적극적…오너 일가 연루된 가습기살균제 논란 '부담'

애경 신사옥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아시아나 인수 후보로 급부상한 애경그룹이 주목 받고 있다. 앞서 유력후보로 거론된 SK, 롯데, 한화, CJ그룹 등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거나 입장을 유보한 것과 달리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제주항공을 성공적으로 키워내 LCC 업계 1위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야 자산 5조원 이상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등 앞서 거론된 기업들 대비 규모가 작고 아시아나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오너일가가 관련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아직 재판 진행 중인만큼 도덕성 논란도 털어내지 못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성증권 등과 접촉해 인수가격과 사업 타당성 등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단계일 뿐 주관사 선정 등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은 없다는 게 애경 측 입장이지만 아시아나 인수가 점쳐졌던 타 기업들 대비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CJ그룹은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인수의향 100% 없다’고 확언한 바 있다. 

한화 역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아시아나 인수는)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항공 엔진 제조 계열사로 한화가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그룹 전면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SK는 지금까지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애경그룹이 아시아나에 적극 관심을 두는 것은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바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활용품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애경은 주변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 항공사업에 뛰어들어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로 키워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항공기 4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에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에 해당하는 39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빠르다. 

그러나 애경그룹은 최근에서야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재계 3위 SK, 5위 롯데, 7위 한화, 14위 CJ등과 비교해 규모가 가장 작다. 

애경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59개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도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자산 5조원 이상의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재계서열은 58위다. 

화장품·생활용품·백화점 사업 등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것과 달리 규모로는 겨우 대기업집단 문턱을 넘어선 정도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애경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AK홀딩스의 유동자산은 1조3000억원, 현금자산은 5100억원 선이다. 주력계열사인 제주항공의 유동자산은 4800억원 상당,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200억원 선이다. 

애경산업의 유동자산은 2700억원, 현금자산은 1320억원 가량이다. 또 다른 상장사인 애경유화의 경우 유동자산 3000억원, 현금자산 870억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는 2조원 안팎이다. 뿐만 아니라 7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초반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보다 오랜 시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애경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도덕성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일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연루돼있는 상태다. 안 전 대표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항공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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