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트럼프에 '눈도장'…신 회장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찾아 글로벌 광폭 행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 레이스칼스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들고 웃고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롯데가 선진국·신흥국 시장을 깊이 파고들며 글로벌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챙기며 ‘글로벌 롯데’ 건설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서 ‘쓴맛’을 본 이후 해외 진출국 다변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와 외교 정세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는 것은 물론 향후 수십 년 그룹을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공장 준공식을 통해 글로벌 화학사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미국에 건설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는 총 사업비 31억불(약 3조6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이로써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규모는 국내 1위,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미국 내 수천 개 일자리 창출 등 긍정 효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준공식에 보낸 축하 메시지를 통해 “31억 달러에 달하는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이자 한국기업이 미국 화학공장에 투자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미국과 한국에 서로 도움이 되는 투자이자 한미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13일 신동빈 회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면담했다. 신동빈 회장이 미국 행정부에 롯데의 추가 투자계획 등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롯데가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뉴롯데’의 한 축으로 화학분야를 선택한 것은 신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前身)인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신 회장은 이때부터 화학분야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실제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저유가로 셰일가스가 원가경쟁력을 상실하자 글로벌 기업들의 7개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등 대외적 어려움이 있었으나 신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뚝심으로 미국 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신 회장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룹 내 2인자로 통하는 황각규 부회장은 파키스탄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파키스탄은 세계 6위 규모의 인구(2억명)를 자랑하며 14세 미만 인구가 30%를 차지해 식·음료사업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롯데는 지난 2009년 LCPL(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인수해 파키스탄에 진출한 이후 2011년 제과회사 콜손과 2018년 악타르 음료를 각각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 9개의 사업장에서 7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황 부회장은 8일부터 12일까지 2박5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파키스탄 카라치와 라호르를 방문해 현지 사업장을 둘러봤다. 또 황 부회장은 현지 재래시장과 현대적 쇼핑몰을 방문해 최근 파키스탄의 변화상에 대해 확인하고 추가 투자 및 진출방안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 ECC 및 EG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간 황 부회장이 파키스탄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파키스탄 시장의 중요성과 경영진들의 현장경영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복심과도 맞아떨어지는 행보다.

신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기존 신흥국 시장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미국을, 황 부회장은 신남방정책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키스탄을 각각 방문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동시에 챙긴 셈이다. 

앞서 롯데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10조원 가량을 투자했던 중국사업을 대거 정리해야 했다.

100여 개에 달했던 중국 내 롯데마트가 문을 닫았으며 롯데백화점 역시 일부 점포를 정리했다. 또 중국 당국은 2016년 말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선양 롯데월드 건설 공사를 중단시키고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점검 등을 실시하면서 압박하기도 했다. 

롯데는 중국 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공장들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성장 둔화로 장기간 불황이 고착화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외교 문제의 ‘불똥’이 튀어 타격을 입는 중국과 같은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경영 복귀 후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 총리와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직후에는 인도네시아를 찾아 대규모 유화단지 기공식에 참석하고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인도네시아는 롯데 화학 부문의 주요 동남아 거점이다. 말레이시아에도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생산 기지가 위치해있다. 롯데는 포스트 베트남으로 지목되는 미얀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의 경우 올 1분기 국내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번 것으로 나타나 롯데의 해외시장 다각화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13일 백악관 방문에서 신동빈 회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된 만큼 국내외에서 롯데그룹의 위상을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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