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가격 비교 마케팅에도 매출 뒷걸음질…롯데마트 '통큰치킨', '극한한우'에 소상공인 근심만 늘어

이마트 '국민가격'과 롯데마트 '극한도적' <각 사 제공>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이마트가 촉발시킨 대형마트 3사의 초저가 경쟁에도 이들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 빼앗긴 소비자 발길을 마트로 돌린다는 복안이었지만 매출 회복은 커녕 소상공인들의 반발만 사게 됐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마트가 ‘국민가격’을 내세워 오프라인 대형마트 할인전쟁에 불을 지폈다. 매달 1·3주 차에 농·수·축산 식품을 1개씩 선정, 일주일 동안 파격적인 가격으로 파는 게 국민가격의 골자다. 

이마트의 적극적 가격 파괴 정책 뒤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초저가가 답’이라는 신념이 버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초저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한다”며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상식 이하의 가격에 팔아라”는 주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도전에 경쟁사 롯데마트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잡겠다는 신(新) 가격정책 ‘품격’으로 맞섰다. 그러자 이마트는 ‘국민가격’ 이후에도 ‘블랙이오’, ‘무한담기’ 등 각종 할인행사를 연이어 기획해 이 분야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다시 ‘극한가격’으로 반격했다. 9년만에 ‘통큰치킨’도 부활시켜 치킨 1마리를 5000원선에 내놨다. 과거 골목상권 침해라는 반발에 사라졌던 통큰치킨을 일종의 ‘미끼상품’ 카드로 새롭게 꺼낸 것이다. 

여기에 반값 수준의 한우 판매로 파격을 이어갔다. 1등급 한우를 부위별 4000원대(100g)의 초저가에 구입할 수 있는 ‘극한 한우’ 행사를 통해서다. 롯데마트는 한우 경매 매매참가인(매참인) 자격을 얻어 유통 단계를 축소, 이 같은 가격을 가능케했다.  

이마트는 ‘9900원 청바지’를 등장시켰다. 식품 이외의 분야에서도 자사의 강점인 초저가를 이어간다는 전략이었다. 

롯데마트는 최근 노골적인 가격비교도 시작했다. ‘대형마트 E사, 이커머스 C사와 가격 비교를 통해 무조건 더 싸게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타(他) 대형마트 2개사와 5대 온라인 채널의 ‘배송비가 포함된 완구 판매가’ 대비 이마트 최종 결제 금액이 더 비싸다면 신세계상품권 5000원권으로 보상한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응답’하지 않았다. 온라인의 편리함에 눈 돌린 소비자 지갑을 열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019년 3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할 때 대형마트는 -1.0%로 역신장 했다. 백화점, 편의점 등이 모두 매출이 늘었지만 대형마트 홀로 뒷걸음질쳤다. 3월 한달 구매건수는 3.3%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전체로 놓고 봐도 대형마트 매출은 3.1%나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온라인으로 구매 채널 변경이 지속돼 의류(-11.5%), 가정생활(-4.8%), 잡화(-12.1%) 등 비식품 부분 매출(-4.1%)이 부진하며 전체 매출 감소(-1.0%)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업체별로도 이마트의 할인점 부문 영업이익은 4397억원,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4%, 79%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지난 1~3월 이마트 누계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6% 줄어든 3조7033억원을 기록했으며 1~2월 누계 총매출액은 2조4964억원으로 전년대비 1.8% 빠졌다. 

롯데와 신세계 역시 끝없이 치닫는 대형마트의 할인경쟁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공개한 투자설명서 ‘핵심투자위험’ 파트에서 “대형마트 3사는 집객력 유지를 위해 상시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영업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이 과열될 경우 당사의 국내 대형마트 사업부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롯데쇼핑 역시 1월 공개한 투자설명서에서 이를 ‘핵심투자위험’ 요소로 다뤘다. 

할인전쟁으로 얻은 건 소상공인들의 반발 뿐이다. 특히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 극한한우는 논란거리다.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5월1일 롯데마트에 치킨 할인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마트 측에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이런 치킨 할인 행사를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진행해 자칫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당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치킨업종은 1인 사업자비율이 가장 높고 연 매출액이 가장 낮으며 부채율이 가장 높은 등 외식업종 가운데도 가장 취약하고 영세성이 높은 업종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외식업종의 폐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영세치킨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할인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극한한우 행사 역시 대기업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는 동네 정육점들의 근심을 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 마케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격적 가격, 즉 기업이 생각하는 ‘상식 이하의 가격’이 적용되는 건 대부분 마트가 지정한 일부 품목에 제한돼 있어 소비자들이 그 ‘파격’을 광범위하게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폭 할인 이라고는 해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카트를 가득 채우지도 않았는데 금세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게 요즘의 물가고 이런 부분이 마트와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 온도 차’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서 클릭만 하면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데다 최저가 비교가 검색 한번으로 손쉽게 가능한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게 쉽겠나”라면서도 “그럼에도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에서의 지배력을 키우는 동안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당분간 할인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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