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주 신규 특허 논의했지만 업계 '시큰둥'…'속 빈 강정' 우려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한화가 누적된 적자에 결국 갤러리아면세점 사업을 정리키로 결정하면서 연내 일부 지역 시내면세점 추가를 논의했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사업 철수를 신호탄으로 ‘신규 출점보다는 체질개선이 우선’이라는 업계 안팎의 지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면세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의존도 심화, 송객수수료 출혈경쟁, 상위 면세점 매출 쏠림 현상 등 내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 확대는 무의미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법 개정으로 정부는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춰 놓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제공해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뒤였다. 

기존에는 △시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이용자 수 50% 이상 증가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 30만명 이상 증가라는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면 법 개정으로 △시내면세점 매출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 △지자체 외국인 관광객 20만명 이상 증가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신규 특허 발급이 가능하게 됐다.

면세업계의 가파른 외형 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점협회가 집계한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로 3개월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 이용객수도 169만620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월별 기준 역대 최다 외국인 수다.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은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약 3조원 이상 늘었으며 제주도 역시 5800억원 상당 증가했다. 때문에 올해 서울과 제주가 시내 면세점 추가 조건을 충족해 신규 특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태였다. 

기획재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여부를 결정할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와 서울시, 업계는 면세점 추가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기재부가 각 지자체에 시내면세점 추가 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냈으나 제주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서울시는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나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제주에서는 롯데, 신라, 관광공사가 각 1곳씩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에서 롯데, 신라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신세계의 출점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롯데·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를 20% 주고 보따리상인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서 손님을 데려오는 식의 잘못된 구조로 인해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관광객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업들이 추가로 제주지역에 들어오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국내 면세점들은 ‘사드 사태’로 중국 관광객 ‘유커’가 급격히 빠져나간 뒤 현재는 보따리상, 일명 ‘따이공’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떼어주는 수수료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지출한 송객수수료는 1조3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해당 액수는 개별 여행객에게 직접 지급한 ‘페이백’(선불권이나 사후 할인)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 실제로 업체들이 지불한 송객수수료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산된다. 

‘과당경쟁’, ‘출혈경쟁’이라는 목소리는 업계 내부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정부 시책에 드러내 놓고 반대를 표할 수는 없지만 추가 출점에 대해서 ‘업계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결정’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한화가 서울 시내면세점(63면세 사업장) 영업을 중단하고 특허를 관세청에 반납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으면서 불을 지핀 격이 됐다. ‘신규 특허 남발로 인한 경쟁 과열 → 마케팅 비용 증가 → 실적 악화’라는 업계의 우려와 주장이 현실이 된 셈이어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6년 17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후 매년 적자를 거듭해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는 손익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을 접는다는 입장이다.

2015년 서울 지역에서 15년 만에 신규 면세점이 허용되면서 당시 유커덕에 호황을 이루던 면세시장에 눈독 들이던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그 결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와 신세계, 두산(두타면세점), HDC신라(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하나투어(SM면세점) 등이 신규 허가를 따냈다. 

이후 시내 면세점수는 6개에서 현재 13개로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 ‘사드 사태’ 이후 사라진 유커 대신 보따리상이 등장해 매출은 커졌지만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시장 불안정성도 커진 상태다. 

2015년 한화와 함께 사업 허가를 받았던 기업 중 기존에 면세사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HDC신라와 신세계는 최근 영업이익이 늘며 시장에 안착했다. 반면 하나투어의 SM면세점, 두산의 두타면세점, 지난해 말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은 고전하고 있다. 

SM면세점의 영업적자는 2017년 275억원, 지난해 13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시내면세점의 매출은 같은 기간 913억원에서 585억원으로 36% 급감했다. 이 여파로 SM면세점은 최근 기존 6개 층으로 운영했던 시내면세점(서울 인사동)을 2개 층으로 축소했다. 

두타면세점은 해외 유명 명품 유치에 실패한 대신 심야영업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내부 반발만 샀다. 결국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2시에서 오후11시로 축소한 데 이어 면적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41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해 매출(329억원)보다 적자가 더 컸다. 

신촌역사 내 탑시티면세점 시내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탑시티면세점은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2017년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오픈이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 12월 부분 개장하고 지난달 그랜드 오픈했다.  

대표적 중견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2015년 흑자에서 이듬해 12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2017년에도 약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시장이 과열되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각한 게 현실”이라며 “이 업에 대한 이해없이 단순히 매출이 잘 나온다는 외적인 수치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발주자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늘어나면 따이공이라는 한정된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마케팅 비용을 늘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를 만회하려 다시 수수료를 높여 고객을 유치하면서 매출은 커져도 이익은 빠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특히 중소·중견 사업자들은 대기업과의 수수료 전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