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손 들어준 한국거래소·법원···"삼성 아니면 불가능한 판결" 비판 고조

인천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공시 누락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에 내린 1차 제재의 효력이 정지됐다. 앞서 2차 제재의 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증선위의 모든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원의 결정이 ‘삼성 봐주기’였다는 지적과 함께,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에 한층 힘을 실어주게 돼 향후 금융시장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증선위로부터 2차례에 걸쳐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증선위는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이를 고의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재무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및 3년간 지정 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1차 제재를 내렸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리기 위해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등의 2차 제재를 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같은 증선위 처분에 반발하며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1월 22일 “본안 소송 판결이 나기 전에 처분이 이뤄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증선위의 2차 제재에 대한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지난 19일에는 “증선위 제재를 그대로 이행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1차 제재의 효력까지 정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감사인 지정 폭을 넓혀가고 있는 업계 상황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은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3년 동안 감사인 지정을 한다고 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감사인 지정 폭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 제재 결정은 금융감독원에서 두 번, 감리위원회 한 번, 증선위 두 번 등 회계 이슈에 대해서는 최고 전문가들이 총 다섯 번의 논의를 거쳐서 내린 결론인 만큼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었는데 이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준 것”이라며, “삼성이 아니면 불가능한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증선위도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2차 제재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릴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줬다고 보기 어렵고 대표이사가 해임된다고 해서 심각한 경영위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법원의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를 결정한 데 이어 법원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금융시장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마불사’ 논리에 한층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것.

지난해 9월 거래소는 10여개 코스닥 기업의 무더기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판단 후 주식 매매가 정지된 지 26일 만에 거래를 재개시키면서 “성급한 심의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거래소는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경영의 투명성과 관련해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계속성과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투자자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봐주기를 한다면 결국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넘어간다면 이게 바로 유전무죄·무전유죄가 아니냐”며, “대기업을 상장폐지했을 때 미치는 파장보다는 분식회계라는 과거 불법행위를 바로 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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