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 내세웠으나 오너 주머니만 '두둑'…구속 수감 '경영 공백'으로 연봉은 크게 줄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60억원에 달하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 주목된다. 유통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구속기간 동안의 경영 공백 탓에 2017년 대비 급여는 줄었지만 배당금은 48%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는 ‘주주 가치 제고’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오너 일가와 일본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재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018 회계연도 배당금은 258억원으로 전년 175억원과 비교해 47.8% 늘었다. 

롯데쇼핑에서만 145억원 상당의 배당을 받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이마트 배당액 55억여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현대백화점 배당액 36억여원과 비교할 때 3~4배 많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가량 감소했다. 통상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때 고액 배당금은 눈총을 받아왔다. 

특히 롯데의 경우 ‘오너리스크’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금이 다시 오너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는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206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 가운데서도 1주당 배당금을 2000원에서 5200원으로 늘렸고 이를 유지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뒤따랐었다.

당시 신 회장은 구속중에 145억6000만원의 배당을 받았다.

최근 국민연금이 ‘쥐꼬리 배당’ 기업들에 칼을 빼든 만큼 롯데 측의 배당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 ‘고배당’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주주인 오너일가의 배만 불리는 ‘근시안적’ 방침이라는 것. 

주주 이익도 중요하지만 직원 이익과 사회적 파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등배당’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2017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750원, 일반주주 800원의 차등배당제를 적용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일반주주들의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글로벌 자동차 휠 전문 제조사인 핸즈코퍼레이션도 승현창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을 제외한 일반 주주들만을 대상으로 배당을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책임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8개 기업이 차등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2월 현재 ‘집행유예’라는 신 회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그룹 차원에서 고액 배당금에 따른 여론 악화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 일본기업 논란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진 가운데 조금의 이익도 내려놓지 않는 오너가의 모습은 절차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결코 좋게 비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눈에 띄게 줄었다.

2018년 2월13일 법정 구속돼 10월5일 출소하기까지 235일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자발적으로 구속기간 동안 급여는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따라서 지난해 상반기 1~2월분 급여 20억원 가량만 챙겼다. 신동빈 회장의 2017년 보수는 152억3300만원으로 대기업 오너 중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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