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통과 가능성 없어도 '경각심'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

삼양식품 본사 전경 <삼양식품 홈페이지>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최근 남양유업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배당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삼양식품의 2대 주주인 현대산업개발이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횡령·배임 혐의로 금고 이상형을 받은 이사 해임’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양유업과 삼양식품 모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를 넘거나 그에 근접한 만큼 이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으나,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따라 경각심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내달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 자격정지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이는 삼양식품의 지분 16.99%를 보유한 2대 주주인 HDC 현대산업개발의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인장 회장과 부인인 김정수 사장을 겨냥한 안건으로 볼 수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김정수 사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친분으로 지난 2005년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에 우호 주주로 참여해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지분 취득 후 올해까지 현대산업개발이 정관 변경과 같은 주주제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제안한 것은 대주주로서 윤리적 경영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지분이 50%에 가까운 상황에서 오너 해임을 결정하는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으나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로 대주주가 목소리를 낸 다는 것은 고무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측은 현대산업개발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자격으로 정관 변경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 뿐, 양사 간 특별한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주주의 제안이 있어 받아들인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관변경과 같은 안건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최근 사회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는 지난달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회장의 아내 김정수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총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삼양식품은 이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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