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정 선택…노조사실상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16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조원 윤모씨 등 2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2명에게 상여금 미지급분 지급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이 현대차 본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상여금에 대한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의 패소로 보여진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지급한 상여금은 지급세칙상 지급 제외자 규정에 따라 소정 근로를 제공하는 것 외에 일정한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지급된다"며 "고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현대차 취업규칙상 상여금 지급 조건을 규정한 '지급 제외자 규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합법적 규정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현대차 흡수합병 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소속됐던 정비직 근로자들에 대한 상여금은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이 확정적이라는 점에서 고정성이 인정된다"며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 해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제시하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노조 "아쉬운 판결 임금체계 개선 논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법원이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한 데 대해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권오일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 이날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사측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법원이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임금 관련한 재판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전경련 "소송확산 우려 해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번 현대차 노조의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서울중앙지법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고정성' 요건에 따라 명확히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경련은 "극히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는 한편"법원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결한 만큼, 현대차 노사는 이번 판결을 존중하고 경쟁력 강화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 "통상임금 고정성 명확히 밝혀 긍정적"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경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제시했고, 상여금의 고정성을 부정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며 "이번 판결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종전의 관행과 합의를 무책임하게 뒤집은 판결"이라며 "법원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의 인력 운용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부담금 5조에서 100억원대로 줄어들 듯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회사 측이 승소하면서 현대차의 추가 부담 금액이 100억원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은 5명 중 2명에게만 389만원과 22만원 등 모두 4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서비스 직군 외에 다른 직군의 경우 실제로 잔업ㆍ특근 등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전체 노조원 5만1600명에 법원의 패소 판결비율을 산술적으로 적용할 때 4만6000여명은 통상임금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반면 (일부 승소 판결이 적용될 것으로 추산되는) 5700명에게 3년치 소급분을 반영시킬 경우(노조원 1명은 380만원, 다른 1명은 20만원을 받음) 현대차그룹이 향후 부담하는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패소해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과 함께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 5조3000억원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5700여명의 근로조건이 달라 정확한 부담금액을 계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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