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힘없는 소기업에게 갑질하는 거래소 행태에 분노" 비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레모나’를 생산하는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자, 소액투자자를 중심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와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래가 재개됐음에도 49억원을 분식회계한 경남제약을 상장폐지 시킨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차별을 두는 한국거래소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는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상장폐지 최종 결정이 날 경우 정리매매가 시작된다.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삼바는 4조5000억원 분식회계로 과징금 80억원을 받고도 거래가 되고 경남제약은 과징금 4000만원을 받고 상장폐지가 된다”며,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인은 “삼성바이오와 경남제약의 동일 사안에 거래정지인데 삼성바이오는 삼주안에 해결되고 경남제약은 일년 가까이 끌다가 기심위에서 상폐 의견내면 뭔가가 이상한거 아닌가”라며, “이제 코심위 결정만 남았는데 서민들 개인주주 더 힘들게 하지 말고 동일잣대로 판단해 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누가 생각해도 당연히 상장폐지 돼야 할 삼성은 봐주고, 힘없는 소기업에게는 갑질하는 거래소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경남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남제약은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 받았으나 그동안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장폐지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는 있었지만 현재 기업의 계속성 등에 문제가 없다”며, “반면 경남제약은 개선기간 부여에도 개선계획 이행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특히 경영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상장폐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동일타워에 설치된 층별 안내도에 경남제약 안내가 보인다. <뉴스1>

경남제약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매출 채권 허위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받고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지난 5월 기심위는 경남제약에 대해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두 번째 열린 기심위에서는 경남제약의 개선계획 이행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심위가 경남제약의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과 경남제약 경영진, 소액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07년 이희철 전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경남제약의 대주주인 이 전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3년형을 받자, 경영진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남제약 경영진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경영진은 지난 6월 KMH아경그룹을 공개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특정업체를 인수자로 내정했다고 반발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소액주주들이 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마일스톤KN펀드가 지난달 14일 105억원(105만1607주)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경남제약 지분 12.4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랐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경영 신임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는 등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입증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제약 홈페이지 캡처>

한편 경남제약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17일 “상장유지와 거래재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경남제약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경남제약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심히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남제약은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심사에 앞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회사의 경영 개선 노력과 성과들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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