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홍보대행업체 내세워 꼬리자르기…총 5억4000만원 금품제공 파악"

<서울지방경찰청지능범죄수사대 제공>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경찰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와 관련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 임직원과 이들이 선정한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300여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수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대형건설사 임직원 22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또한, 건설사 측과 금품을 주고받은 홍보대행업체 직원 293명도 배임수증재 혐의로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 334명에 대해 지난 10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건설사 임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현금·명품가방·식사·관광 등 다양한 형태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홍보대행업체를 선정해, 대가성 금액을 교부하거나 계약을 빌미로 법인카드를 받아 유흥에 이용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우선 당사자들이 자백한 금액을 바탕으로 현대건설 1억1000만원, 대우건설 2억3000만원, 롯데건설 2억원 등 총 5억4000만원가량이 금품으로 제공됐다고 확정했다.

앞으로도 경찰은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1400여명의 조합원을 순차적으로 조사해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품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건설사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홍보대행업체에 금품을 제공하는 일을 맡긴 것으로 파악된다.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꼬리자르기를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단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건설사 임직원들은 대체적으로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비를 지급했을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은 알지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계약한 건설사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조합원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리 조합원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후 그에 따라 금품을 제공했다.

또한, 각 건설사가 조합원 지지성향, 금품제공 현황, 제공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회의를 통해 보고받았음을 경찰은 확인했다.

이들은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할 때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를 사용하고, 시공사가 선정된 직후엔 영수증 자료가 있는 SNS대화방을 모두 폐쇄하는 등 철저히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수사에 대비해온 것도 조사됐다.

경찰은 "이렇게 조합원들에게 제공되는 금품과 향응이 홍보용역비로 책정돼, 결국 시민들이 부담하는 분양가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경찰은 조합원들을 소환해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한 후 검찰에 순차적으로 송치할 예정이며, 아직 내사단계에 있는 재건축사업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를 넓혀간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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