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기간 늘려 문제소지 없애…차업계는 ‘꼼수’라며 반발

카드사 복합할부수수료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현대차그룹이 자칫 뻘쭘하게 될지조 모르겠다. 신용카드사들이 신용공여 기간을 늘린 새로운 ‘복합할부상품’을 이르면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KB카드와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5%로 진통 속에 합의했지만  비씨카드와의 수수료요율의 이견으로 지난해말 협상이 결렬된 후  가맹정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이에 신한과 삼성 등 카드업체들은 현대차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조건을 무력화 할 ‘新복합할부 상품’을 기획 중이다.

이 상품은 현대차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맞서 신용공여 기간을 기존의 체크카드가 아닌 일반 신용카드와 같은 30일로 늘렸다. 즉, 고객이 자동차를 해당 카드로 구입하면 카드사가 결제 이틀 뒤 먼저 현대차에 지급하고, 30일 뒤에 할부금융사가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카드사에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복합할부 상품은 신용카드로 차를 살 때 캐피탈사가 먼저 카드사에 돈을 갚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갚는 방식을 말하는데, 기존의 상품은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와 다르게 신용공여기간을 갖지 않기 때문에 체크카드의 수수료 구조와 같았다.

현대차는 신용공여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기존 1.9%에서 1.3% 또는 1.5%로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해왔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을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오는 2월과 3월에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자동차 구매금융 신상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출시될 상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관계자는 "새 복합할부 상품은 카드사의 일반적인 신용카드 거래방식과 큰 차이가 없고 일반 신용카드와 같은 캐시백을 제공하는 자체는 부가서비스라기보다 프로모션에 가까워 약관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 상품이 출시되면 카드사는 당장의 자금부담이 늘지만 할부금융사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할부금융사 입장에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복합할부 상품이 없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새 상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카드사들은 조만간 상품설계가 끝나는대로 할부금융사와 세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동차업계는 새롭게 출시되는 복합할수 상품에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카드복합할부 신용공여 기간을 1~2일에서 30일로 늘리더라도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월 1000원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고 면서 “이 같은 상품이 허용되면 카드사들이 대손위험이 없는 상품의 신용공여 기간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무한정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할부 상품은 불필요하게 원가를 높여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새 복합할부 상품이 신용카드거래의 형태와 같아서 카드사들을 상대로 더 이상 복합할부 수수요율을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인하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이어질 현대차와 카드사들과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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