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사상 초유 1박2일 주주총회, 우진은 정관변경·이사선임 모두 실패

22일 삼부토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부토건 본사 전경. 이날 주주총회는 오후 4시에 예정됐지만 저녁 9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4시30분 경에 끝났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삼부토건이 일명 ‘먹튀’를 노리는 기업사냥꾼이라고 주장 중인 사모펀드(PEF) ‘우진인베스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우진)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

삼부토건과 우진은 지난 22일 임시 주주총회서 경영권 대결로 맞붙은 결과, 12시간 끝에 핵심사안이 모두 삼부토건의 승리로 돌아간 것이다.

우진은 이사진을 늘리는 정관변경과 이사회에 우진 우호인사 선임이 모두 부결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사회 장악이 무산된 우진 측은 기존 대주주였던 DST로봇이 자신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지만 이번 주총에선 삼부토건 기존 경영진에게 표를 줬다고 주장하며,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부토건, 주총 앞서 문제제기 “자본시장법·상법 위반”

삼부토건 측은 우진이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면, 투자사업을 승인해 회사자본금을 무리하게 운용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투자사업의 명목으로 회사자본금을 빼돌리려 계획한 투기세력들과 ㈜우진이 결탁했단 주장이다.

삼부토건이 지난해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들어온 DST로봇컨소시엄 중 ㈜우진에 지분을 매각한 DST글로벌합자회사와 SB글로벌의 무한책임사원(GP)이 바로 ‘J스톤파트너스’다. 현재 우진의 GP인 JC파트너스의 대표 이종철이 J스톤파트너스의 실질 대표로 같은 세력이었다고 삼부토건은 주장하고 있다.

23일 새벽으로 넘어간 삼부토건 임시 주주총회서 핵심사안 중 하나였던 이사선임 건이 삼부토건 추천 후보들로 모두 가결되자 우진 측 주주들의 표정이 굳어 있다. <한국정책신문>

특히, 우진 측은 ㈜우진의 상무보를 역임한 오세진 고문을 이번 주총 사내이사로 추천하기도 했다. 오 고문은 현재도 우진 계열사의 사내이사와 감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진은 사모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이기에 삼부토건(투자회사) 임원선정에 관여해선 안돼, 오 고문의 추천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삼부토건 측은 주장한다. 

◆주총 시작까지 5시간…우진 “적법하게” 강조

이날 주총은 총 7건의 안건이 상정됐으며, 그 중에서도 △8명인 이사 수를 10명으로 늘리는 ‘정관일부 변경’(5호안) △‘이사 선임’(6호안)의 건이 핵심이었다.

특히, 5호안은 특별안건으로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일반안건은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주총엔 위임장을 포함한 총 1492명이 참석해 70%에 가까운 참석률을 보였다. 소액주주들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가 중요하다보니, 참석자의 보유주식과 위임장 등을 자세히 확인하면서 주총 시작부터 5시간이나 지체됐다.

이날 검사와 양측의 변호사가 모두 자리해 확인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주총은 저녁 9시가 돼서야 이응근 삼부토건 대표가 의장으로서 개회를 선언했지만, 첫 번째 안이었던 ‘2017년 재무제표 승인’서부터 승인방법과 관련해 주주들간 갈등이 시작됐다.

보통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편이나, 우진 측 주주대리인(변호사)은 “적법하게 할 것”을 강조하며 찬반투표를 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다른 소액주주들 중에선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며, 반대표만 빠르게 집계해달란 목소리가 나왔다.

우진 측의 한 대리인은 “분쟁과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다”며 “검사님도 와계시니 투표용지 배부하고 의결권 확인하고 투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다른 한 소액주주는 “소액주주로서 삼부토건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기업사냥꾼들이 와서 단물만 빼먹고 간다”며 “빨리 반대표만 집계하길 바란다”고, 우진에 대한 높은 경계심을 보였다.

22일 저녁 9시가 돼서야 삼부토건 대표인 이응근 의장이 총회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특히, 지난 3월에도 주총이 한 차례 파행됐던 경험이 있던지라, 주주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의장인 이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어수선해진 주총장을 정리했다.

이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정말 어려웠다. 천길주 대표가 의장이었던 당시에도 1안부터 5안까지 차례대로 하느냐 안하느냐로 지금과 같이 시비가 붙어 퇴장을 했다가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냐”며 “재무제표 승인도 못받은 대표는 직무수행을 하면 안된다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하지 않았냐”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승인할 재무제표는 지난 3월 승인을 받았어야 했던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탐색전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설득했다.

결국 모든 주주들이 투표용지를 배부받고 찬반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끝에, 재무제표가 승인됐다. 이후에도 모든 순서는 하나하나 투표 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우진, 정관변경·이사선임 실패에 “우진 후보부터”

핵심사안인 ‘정관일부 변경의 건’은 총 8건의 변경제안이 있었는데 첫 번째 사안을 제외하고 모두 우진 측의 제안이었다. 이 또한 8번의 투표가 일일이 진행된 결과, 모두 부결되면서 우진측에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진은 이사회의 이사 수를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것을 강력히 밀었다. 우진  측의 우호인사를 늘리기 위해서다.

기존의 이사 8명 중 삼부토건과 우진 측 우호적 이사 비율은 6:2였는데, 삼부토건 측 사내이사 2명이 사퇴해 이날 2명을 신규선임하게 됐다.

그런데, 신규선임이 있기 전 정관을 변경하는데 성공하면, 이날 총 4명을 선출할 수 있게 되는 것. 우진 입장으로선 우진 측 후보를 이사진에 배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사내이사 2명만 선출됐고, 결과적으로 삼부토건 측 후보가 모두 가결돼 이사비율은 6:2를 유지하게 됐다.

22일 열린 삼부토건 임시 주주총회서 우진 측 주주대리인이 재무제표 승인과 관련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찬반투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그런데, 이 선출과정에서 “적법하게 할 것”을 처음부터 강조했던 우진은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부토건의 첫 번째 후보가 부결되자, 우진 측은 다급하게 “삼부토건 추천 후보가 부결됐으니, 우진 추천 후보가 가결되는지 먼저 확인하자”고 무리한 제안을 한 것이다. 원칙은 삼부토건 추천 후보 3명, 우진 추천 후보 2명 순으로 차례대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경영권 장악에 실패하자 “DST로봇이 불법적으로 표결행사를 했다”며 표결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결과에 승복하란 주주들의 목소리에 제지됐다.

22일 열린 삼부토건 임시 주주총회 제1호의 안이었던 제64기 재무제표 승인 건 관련 주주들이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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