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농협의 사업계획에 조목조목 반박

농협이 올해 상반기 택배산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택배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농협이 설립 목적과는 무관하게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결국 택배업계만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농민을 위한 사업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회장 박재억)는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과 관련, “농협이 농민을 위해 사업을 한다면 공청회를 열고, 시장에 대한 심사숙고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농협의 사업진출을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농협과 대화를 통해 이견이 좁혀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공멸’이 아닌 ‘공생’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농협처럼 의욕만 앞선 채 택배사업을 접은 기업은 현대글로비스, 동원그룹, 신세계, 아주그룹 등이 있었다. 택배업계의 현실이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해 11월 7일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반대에 대한 전국 택배업 종사자들의 뜻을 연대서명 탄원서 형태로 한데 모아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사진은 국무총리실 탄원서 제출 모습

물류협회는 농협의 사업 계획 중 현실성이 없는 대안을 꼬집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물류협회는 농협이 밝힌 ‘농협 농산물 품질유지와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 7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류협회는 “주말 배송은 별도의 비용으로 아마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365일 서비스를 제공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특히 토요일은 평일 물량의 30% 수준이고, 고객이 부재중인 경우가 50%에 달해 택배기사가 배달 문자를 줘도 고객이 답신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 계획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 관계자는 “농협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해 신선한 농산물을 목적지까지 선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배송하겠다고 하는데, 콜드시스템은 땅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면 24시간 이내에 배송을 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시간이면 얼음을 넣은 아이스박스 하나면 하루 동안은 선도 유지에 지장이 없다”면서 “문제는 고객부재 시 냉장시설이 없는 경비실 등에 맡기는 것이 문제이지 배송차량만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물류협회는 “농협이 간과한 것은 기존 택배회사들도 콜드체인에 관심이 있지만 농수산물 택배물량이 전체 물량의 1~2%로 적고 계절편차도 있기 때문에 손익이 맞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 우체국이 토요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신선 농산물의 유통과 배송에 문제가 발생해 직접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면서 “그런 것이 문제라면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전국의 수많은 단위조합에서 택배를 보낼 창고를 마련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괴산의 절임배추 포장재의 경우 괴산농협에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군청에서 지원하는데, 농협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농산물을 보내는 농민을 위해 좋은 포장재를 제공하고 보내는 사람의 귀한 마음이 받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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