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형씨 "대리점법 개정 필요, 행정규제 약하면 갑질 지속될 것"

남양유업 갑질 피해자모임 대외협력실장을 맡고있는 김대형 씨가 대리점을 운영하며 겪었던 부당한 일들을 털어놓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유통 대기업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남양유업을 두고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과거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했던 한 피해점주가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고발한다고 나섰다. 이 피해점주는 남양유업 본사의 고질적인 갑질은 근절해야 한다며, 과거 대리점을 운영할 당시 본사의 이해 못할 압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본지는 피해점주가 겪었던 일들을 직접 만나 듣고, 남양유업 갑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 등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남양유업은 관계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취하 소송에서 전액 승소했기 때문이죠. 남양유업의 갑질을 근절하려면 ‘대리점법’을 바라보는 공정위의 시각은 변해야 합니다.”

김대형(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사무국장)씨는 “남양유업이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이유는 공정위의 부족한 행정적 규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는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대기업 갑질을 사회문제로 공론화 하는 계기가 됐지만, 공정위는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지만, 이듬해 남양유업이 제기한 과징금취하 행정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패소했다”며 “공정위는 보여주기식 대응만 했다”고 강조했다.

◆대리점법 해석 일관성 없어…피해대리점주 원성만 커 

김씨는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를 입증할 수 있는 제품 발주량과 실제 입고량 차이 자료인 ‘로그기록’을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소한 것”이라며 “당시 고등법원이 이를 이유로 과징금을 취소했다는 내용을 듣고 공정위에 로그기록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남양유업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현행법상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을 경우 내릴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5억원에 그쳤다”며 “대법원 판결 후에도 공정위는 대리점주들에게 로그기록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만 보내는 등 적극적이지 못한 대응을 했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공정위가 ‘대리점법 3조’를 일관성 없이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대리점법 3조 중 거래상 우월한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대리점법을 적용하지 않는 대목이 애매모호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는 남양유업 외 다른 기업의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대리점일 경우, 남양유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정위의 판단은 피해대리점주들을 외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피해대리점주의 경우,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대기업 갑질이 근절될 것이라 믿고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갑질을 재신고했지만, 공정위는 ‘종합대리점’이라는 이유로 남양유업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은 과거 유사한 사례와는 다르게 해석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남양유업이 강매로 첫 번째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은 게 2006년 12월이었는데, 당시 신고했던 대리점도 종합대리점이었고, 2013년 사건 때도 밀어내기 피해신고인 7명중 4명이 종합대리점이었다”며 “남양유업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대리점주의 사례를 들어 공정위에 면죄부를 준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대리점법을 개정하고, 대리점에 협의회 구성권과 협의 요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2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이라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국회서 통과된 법안은 대리점이 본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추혜선 정의당 의원(민생본부장)이 남양유업 피해대리점주의 자살시도 사건을 언급하며 대리점법 개정의 필요성을 발표했다”며 “추 의원이 말한 대로 대리점 사업자단체 결성권과 거래조건 변경을 협의할 수 있는 단체협상권, 자율 협약체결 등에 관한 규정이 조속히 입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대리점이라는 이유로 대리점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정위는 종합대리점 피해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 규정은 반듯이 삭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말로만 상생, 피해대리점에 협박 일삼아”

김씨는 “남양유업이 피해를 호소하는 대리점주들에게 협박과 보복행위를 하지 말고, 합당한 보상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유업은 밀어내기를 당한 대리점에게 ‘언론에 알리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도와주겠다’고 회유했지만, 해당 점주가 공정위에 신고를 진행하자 무고죄로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대리점주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따르면 장부조작을 당해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의 경우,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회사로부터 허위사실과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벌금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허위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남양유업이 모욕을 당한점을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판결했다.

그는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몰라 대리점주들은 갑질을 당해도 제보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결국 갑의 위치에 있는 본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해가 없는 것처럼 허위 탄원서를 작성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따돌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심한 매출압박과 부당한 업무지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며 “회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영업사원이 회사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진술서를 직접 써서 피해자모임 측에 제공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잘못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본사와 대리점 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야만 진정한 상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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