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기 좋은 대도시 내 쏠림현상…비인기지역과 온도차 '뚜렷'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단 지적이 나오지만,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기지역은 오히려 주택시장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구 시내 아파트 전경. <뉴스1>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단 지적이 나오지만, 최근 지방 대도시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주택시장은 미분양이 쌓이고 집값 하락세 등 침체일로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방 대도시 가운데 인프라가 좋은 부촌만은 최근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 부동산 내 양극화’에 대해 “오를 만한 곳이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방도 경기가 위축되지 않은 지역 중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 수도권 쏠림현상처럼 지역 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이 확연히 갈리고 있단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광주·대구·대전의 집값은 다른 지방과 달리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광주 집값은 지난달 0.61%, 대구 0.56%, 대전 0.57% 올랐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일부 인기지역이 집값이 과열되면서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지역 전체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광주는 최근 인기지역인 ‘봉선동’과 ‘수완지구’의 상승세가 집값을 견인했다. 봉선동이 위치한 남구의 집값은 지난달 1.02%, 수완지구가 위치한 광산구는 0.81% 올랐다. 특히, 광산구는 전년 동기 대비 5.6% 오른 수준이다.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봉선동의 제일풍경채엘리트(2016년 1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8억2000만원(11층)에 실거래됐다. 올 1월엔 4억3000만원(15층)에 거래됐던 것을 비교하면 4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반면, 광주 북구의 아파트값은 1년간 0.5% 내리면서, 같은 지역 내에서도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구의 경우,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집값이 지난 1년간 7.9%나 올랐다. 반면, 달서구는 같은 기간 1.6% 하락했다.

수성구에 위치한 범어라온프라이빗(2018년 5월 입주)의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격이 3억9889만원이었지만, 지난 9월 8억원에 실거래됐다. 4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대전도 ‘유성구’는 1년간 집값이 2.1% 상승했으나, 대덕구는 0.9%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최근 청약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대전 유성구에서 지난 9월말 청약이 진행된 도룡 포레 미소지움은 평균경쟁률이 무려 227.3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격이 3.3㎡당 1550만원으로 대전지역 내 가장 높은 분양가격임에도 인기가 높았다. 이는 인근 시세가 오르다 보니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도 높았단 풀이가 나온다.

대구는 최근 1순위 청약경쟁률이 전국 1위인 지역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구 수성구에 공급하는 대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은 지난 5월 280.06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방에서도 점차 수도권 쏠림현상과 같이 인기있는 지역과 비인기 지역 구분이 뚜렷해지는 것이라 설명한다.

특히, 지방 중에서도 산업이 위축되지 않아 인구가 유지되는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 울산의 경우 5대광역시지만 최근 조선업, 자동차 등 지역기반산업이 침체되자 인구유출이 지속되면서 집값도 하락세를 달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지역 자체가 공급이 아주 과잉되지 않으면서 지역소득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면, 우수한 학군·고급단지 등 희소성있는 사업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며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는 지역 내 인프라가 비교적 좋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랩장은 “지역의 경제기반이 어느 정도 있는 곳이라면, 입지가 더 괜찮은 곳을 찾는 현상이 서울과 수도권처럼 지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지방의 부촌엔 교통과 생활시설 인프라 외에도 명문학군, 대학가가 인근에 많이 형성돼 있다. 서울의 강남이 있는 것처럼 대구엔 수성구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부동산 양극화를 서울과 지방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지방에도 일정 인구가 있고 인기있는 입지가 있다”며 “지방은 외곽지역을 개발하면서 주요기관이 이전하는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 비싼 지역은 전통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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