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타 지역 해외수주 경쟁 치열해질 듯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본격 재개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도 기존 수주 사업이 무산되거나 해외수주가 어려워지는 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국내 건설업계 해외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수주의 어려움과 함께 기존에 수주한 사업이 무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이란 진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향후 타 지역에서의 해외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에서 사업을 수주한 현대엔지니어링·SK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금융조달의 어려움으로 공사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림산업은 지난해 수주한 사업을 지난 6월 계약 해지했다. 이에 이란 제재가 본격 발동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과 SK건설이 수주한 공사 또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단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의 이란에 대한 1단계 경제 제재가 재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과 사업하는 누구든 미국과는 사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제재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의 이란 제재는 2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에선 이란의 달러 매입 차단, 이란 금과 귀금속, 철과 석탄 등 주요 광물, 자동차 부문 거래 등이 금지된다. 11월부턴 2단계 제재가 실시돼 석유거래, 해운, 조선업, 에너지 부문 거래가 모두 금지될 예정이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2위와 4위로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사업부문의 대규모 수주가 많은 시장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액은 총 52억3760만달러로, 해외 수주 지역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에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이란 시장이 사실상 빠지게 되면서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주게 됐다.

실제 지난해 이란에서 공사를 수주한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계약이 해지돼 무산됐고, 현대엔지니어링과 SK건설은 계약 후 별다른 진전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2조20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를 지난 6월 계약 해지했다. 미국이 이란에 달러 결제와 송금 등을 허용하지 않아 금융조달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3조8000억원의 ‘석유화학 단지 조성 사업’을 계약했지만 공사는 첫 삽도 뜨지 못했다. SK건설도 1조7000억원의 ‘이란 타브리즈 정유회사 현대화 사업’을 수주했으나 기본계약 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11월까지 180일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어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건설 역시 관망 중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착공 전인만큼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가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로선 이란이라는 큰 시장이 하나 빠지게 되면서, 하반기 다른 지역에서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수주목표가 컸던 건설사는 다른 지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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