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 간 이견 커 조기 도입 쉬지 않을 듯…홍보·대관 등 특정 부서 어쩌나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주52시간 근무제'가 다음 달부터 도입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조정이 어려운 직종이 많은 금융권은 정책의 모호한 기준에 혼선을 겪는 모양이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 4월 금융노조 출신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기 도입을 요청했으나 예외 직군 범위를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올해 7월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제2금융 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권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1년간 유예돼 내년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김영주 장관이 은행의 조기 도입을 언급하면서 은행에 한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될 것처럼 보였다.

지난 4월 고 장관은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은행업종간담회'에서 "은행이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은행들의 근로시간 단축 조기 도입을 주문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조기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과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TF(태스크포스트)팀을 꾸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공식적으로 다음 달부터 먼저 도입하겠다는 시중은행은 한 곳도 없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만이 독자적으로 해당 제도의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놓고 금융권 노사가 4차 산별중앙교섭을 벌였으나 업무 시간이 많은 전산(IT)·트레이딩·공항점포·운전기사 등 예외범위 직군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렬되면서 개별 민간 은행이 자체적으로 도입하는 데 위험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증권사 리서치센터, 홍보와 대관 등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정 부서의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연구원들은 오후 3시30분 증권시장이 닫으면 그때부터 시장 전망,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할 일이 더 많아진다. 미국, 유럽 등 외국 시장은 한국시각으로 밤~새벽에 열리기 때문에 밤낮이 바뀔 수도 있다.  

홍보,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 관계자와의 '저녁자리', 주말 '골프 접대' 등을 근무시간으로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퇴근 이후 법인카드를 사용할 경우에 대한 근로시간 산정도 애매하다.

한 금융사 홍보담당자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논의에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다"며 "법인카드 사용이 쉽지 않아진 만큼 저녁자리 등도 줄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처럼 홍보, 대관 업무 담당자 개인카드에 법인카드 예산만큼 연봉에 포함해 책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또 다른 금융사 홍보담당자는 "홍보팀의 경우 법인카드 사용이 근무시간 연장이 될 수 있다"며 "외국계 회사처럼 법인카드 대신 개인카드를 사용하게끔 하는 대신 그만큼의 예산을 연봉에 계산해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소형 금융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그나마 대형사는 그나마 추가인력 확충 등으로 업무 분담을 꾀할 수 있으나 중소형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주52시간 근무제를 놓고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줄뿐 상대적인 업무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위해 인력 충원 등을 고민 중이긴 하나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인력 증대는 비용 문제와 직결돼 있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종업원 300명 이상의 대기업은 근로자 1인당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2월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련 조항이 개정된 것에 따른 조치다.

금융권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의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으로 분류됐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1년의 유예기간이 인정됐다. 금융권은 내년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