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자니 가계부채 부담 커지고 유지하자니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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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연내 4번의 금리 인상 방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해외 자금유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가계부채 등 국내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1.50%인 것을 감안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0.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7년 8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시장은 금리 인상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이번 FOMC의 결정을 매파적 통화정책으로 해석하며 지난 14일 코스피 지수는 1.84% 하락했다. 15일에는 2410선마저도 붕괴됐다.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도 오르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KB국민은행 등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상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1.83%로 지난달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가이드금리 상단이 4% 후반대까지 치솟은 만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코픽스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 5% 시대도 머지않았다.

당장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는 정책당국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1468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경우 더 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하는데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6월 미국 금리인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 미국 정책 금리가 한국 기준 금리를 상회할 때 사례를 보면 금리 격차가 확대될 때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미국이 금리를 4회 인상할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0.75∼1.0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외환 건전성이 개선됐고 타 신흥국에 비해 경제 기초 체력이 양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도 "신흥국 위기가 일부 국가에서 시작돼 경제 규모가 큰 신흥국으로 전이될 경우 국내와 세계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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