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업무강도와 실수령 임금 하락 등 가능성 제기…제도 악용해 의도적 야근 문제도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 약 80여일을 앞둔 현재, 산업 현장 일선에선 기대도 있지만 제도 시행 후 높아질 업무강도와 연봉체계 조정에 따른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큰 실정이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의 방향과 무관합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시행 80여일을 앞둔 '주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산업 현장에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새나오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주7일 동안 연장근로와 휴일근무까지 모두 포함해 최장 52시간까지만 근무하도록 정한 제도로, 오는 7월1일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 현장 전반에선 주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됐을 때 법적 제재가 있는 만큼 '저녁이 있는 삶'과 추가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실상은 높은 업무강도와 임금 하락 등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더 큰 형국이다.

주52시간 근무제를 어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하는데, 이를 어겼을 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특히,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무 시 통상임금의 100분의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해져 있는 업무는 100시간 분량인데, 근무시간만 52시간으로 단축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까 싶다"며 "식사시간 등 휴게시간이 오히려 줄어들어 체감하는 업무강도는 더 강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시간 내 주어진 업무를 모두 끝내지 못하면 오히려 능력이 부족하다고 회사에서 눈치를 줄 수도 있다"며 "눈치가 보여 퇴근처리 후 회사 근처나 집에서 남은 일을 할지도 모르고, 실제 최근 우선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들을 보면 이런 부작용 있다"고 주장했다.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데 따라 실제 수령하는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업무를 전담한다는 한 관계자는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시간만 준 것이 아니라, 임금상한선 또한 줄어든 셈"이라며 "임금이 삭감되는 걸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내년부턴 임금인상폭이 줄거나 임금인상 자체가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고, 임금체계 개선이 이뤄져야 주52시간 근무제도 연착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를 빌미로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며 "임금인상폭을 기존 3%에서 1%로 줄이는 등 연봉체계를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10월 '노동시간 단축 후속조치 추진현황 설명회'를 열고, 오는 6월 발표를 목표로 '포괄임금제도 지도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두고 근로시간 단축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반응도 뒤따른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긴 공백을 자동화시스템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며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는 반면, 시스템 구축은 초기 투자 후 정착되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창출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인 셈이다.

한편 정부 정책을 두고 법적 제재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내근직 종사자는 "이 제도가 사업주나 관리자에게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부서장 등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이를 악용해 일부러 야근하고 52시간 이상 일을 한다면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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