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엄청난 관심…중도금 대출 묶여 부적격 당첨 우려도

16일 오전,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자리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가 방문객들로 가득차 대로변까지 나와 줄을 선 채 대기하는 방문객들 모습.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손상원 기자]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현장에 배치돼 업무를 보고 있지만, 수천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주셔서 정신이 없습니다. 1번 대기자 분은 오픈 4시간 전인 새벽 6시경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들었어요."

'로또분양', '10만청약설' 등 각종 이슈로 사업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서 오픈한 가운데, 현장 관계자는 이날 오전 대로변까지 줄지어 선 방문자를 바라보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3.3㎡당 4160만원으로, 청약 당첨만 되면 바로 수억원의 차익을 볼 수 있어 '로또 아파트'라는 얘기가 돌면서 사업 시작 단계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았다.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짓는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총 1996가구 중 1690가구가 일반분양으로, 지하 4층부터 최대 지상 35층까지 15개동으로 건설된다.

일반분양은 63㎡ 188가구, 76㎡ 238가구, 84㎡ 772가구, 103㎡ 240가구, 118㎡ 204가구, 132㎡ 42가구, 173㎡ 5가구, 176㎡ 1가구로, 19일 특별공급과 함께 21일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한다. 입주는 오는 2021년 7월 예정이다.

이날 줄을 선 방문객 중 서울 동대문에서 왔다는 신혼부부는 "회사 연차까지 쓰고 왔다"며 "이번이 (강남 입성)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아 찾아왔는데, 이정도로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최모씨(63, 여)는 "아들네 왔다가 (회사 때문에 아들 내외가 올 수 없어) 대신 왔다"며 "꼭 당첨돼서 아들네가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객들은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주변 인프라에 크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신분당선 대모산 입구역 사이에 위치했고, 강남 8학군에 속하는 등 앞으로 매매가 인상 요인이 크다는 점이 이슈로 떠오른다.

다만,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바라보는 주변 공인중개사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최소 9억원이 넘는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은 막혀 있기 때문에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물을 흐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남구 공인중개사 A씨는 "하루 10통 가까이 (디에이치자이 개포 관련) 문의 전화를 받지만,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최소 9억원이 넘는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까지 막혀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청약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되면, 결국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초구에서 중개업을 하는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가 되레 지금의 '로또청약' 광풍을 불렀다"며 "어차피 현금 부자만의 리그가 돼서 부자들만 돈 놓고 돈 먹는 큰 판이 벌어질 뿐"이라며 자조 섞인 주장을 제기했다.

실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최소 9억8010만원(전용 63㎡)에서 최대 30억6500만원(전용 176㎡)이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해 최소 7억원 가량의 여윳돈이 있는 이들만 실제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광풍을 조절하지 않으면 각종 수단(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을 동원해 판에 끼려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그런 현상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소지는 여전히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현재 4만3000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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