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용도로 계좌 개설 'No'…소득 증빙 어려운 주부, 학생은 어려울 수도

23일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실명제'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신규투자자 진입과 기존 투자자 거래 모두 쉽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실명확인 서비스가 시작되는 가운데, 거래소 문턱은 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입금하기 위해서는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기존에 거래해 온 은행과 거래소의 거래은행이 같다면 실명확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

거래자의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가 동일한 은행일 때만 투자금을 자유롭게 입출금하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3일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선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외국인이나 미성년자는 거래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을 예고하며 "은행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준수하고,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장 신규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 실명제 시행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실명제 시행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범죄 피해를 예방한다는 계획이지만, 은행들은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는 용도로는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에서 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급여계좌, 사업계좌 등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거래소와 거래하는 6개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만을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계좌 개설 시 소득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 학생, 취업준비생 등은 가상화폐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은행 계좌가 있는 기존 투자자들 중에서도 실명확인이 어려워 거래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해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자들의 계좌 개설과 관련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개설 방법, 절차, 대상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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