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온성은 구두, 건강을 지탱하는 건 발"

전태수 명장

[한국정책신문=강준호 기자] 서울 성수동에는 수제화거리가 있다. 1990년대 명동을 본거지로 삼았던 구두공장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성수동으로 몰렸다. 한동안 성수동은 구두산업의 메카로 불렸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기불황과 대량생산 구두와의 경쟁으로 쇠퇴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서울시와 서울성동제화협회가 협력해 수제화거리를 만든 이후 현재 약 500여개가 넘는 수제화 업체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50년 경력으로 영부인 구두 제작

전태수 명장은 성수동의 터줏대감이다. 구도 제작을 시작한 지는 50년이 됐다. 지난 5월 영부인 김정수 여사의 구두를 제하고 난 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작업한 유홍식 명장과 함께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한 명장이 됐다.

전 명장은 "아가씨 둘이 왔어요. 시골 부모님 신발을 사줘야 한다며 둘러봤죠. 일주일 후에 영부인의 구두를 제작해 달라며 보좌관이 왔어요. 얼마 후 청와대 관저로 가서 직접 영부인의 발 치수를 쟀다"고 영부인 구두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회상했다.

그는 "막상 제작을 시작하자 김정숙 여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고 아이디어를 내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든 구두는 지난해 7월 미국 순방 당시 공개됐다. 버선코를 닮은 디자인이 화제가 됐다. 김정숙 여사 구두 제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명장이 운영하는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전 명장은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려 노력한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말했다.

그에게 좋은 신발은 곧 발이 편한 신발이다. 편하지 않은 신발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이 울퉁불퉁하고 두꺼비 같은 사람이 많은 것은 발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신발 때문이다.

전 명장은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구두이며 건강을 지탱하는 것도 구두"라고 소신을 밝혔다.

전 대표는 안감을 가죽으로 만들어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연구가 필요했다.

그는 "과거 구두공장에서 일할 때 수많은 수제화를 분해하며 연구의 시간을 가졌고 악어, 도마뱀, 개미핧기, 각종 파충류 등 사용해보지 않은 재료가 없을 정도"라고 귀뜸했다.

이 같은 연구와 노력이 전 명장의 노하우가 됐다. 유명 인사들은 물론 가수 싸이 등 연예인들도 전 명장의 수제화를 찾을 정도로 디자인과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후진 양성으로 수제화 통한 경제 활성화 목표

전 명장은 자신이 쌓아온 기술을 전수하는 일에도 애쓰고 있다.

그는 "수제화 기술 전파를 통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대학 중심의 교육과 취업이 아닌 기술과 창업을 중시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정부 지원 교육 프로그램인 '서울학생 직업체험 교육기부 인증기관'으로 선정돼 중·고등학생들에게 수제화 제작을 교육하고 있다.

전 명장의 구두인생 50년의 지론은 '모두가 자신이 잘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은 디자인을 해야 해요. 제작이 맞는 사람은 제작을 해야죠. 모두가 대학을 졸업하고 원치 않은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전 명장은 2016년 성수동 제1회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선발대회를 통해 1호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자타공인 명장이 되기까지 50여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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