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신년사 제시했지만, 외부환경 대응하고 내실 다지자는 의중 풀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기업 총수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무술년 톡톡 튀는 신년 화두를 제시했지만, 큰 틀에선 외부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중으로 요약된다. 새로운 변화와 동반성장 등을 강조한 총수들은 결국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셈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재벌 총수들이 지난 2일 저마다 던진 새해 메시지에는 회사의 최근 상황이 그대로 투영됐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총수가 부재중인 삼성은 ‘초심’과 ‘사랑받는 회사’를 강조했고, 경영비리 의혹 등으로 재판 중인 롯데와 효성은 사회적인 책임에 무게를 실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LG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전의를 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작년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회장과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자리에서 김기남 사장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문화를 정착시키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며, 유연하고 벽이 없는 조직문화 구축과 솔선수범과 배려, 공동체 기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판매와 생산, 손익을 통합 관리하면서 소비자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서의 경쟁력 강화와 아세안 등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순항이 예상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파격적인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과 공유인프라 실천을 주문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사업구조의 고도화를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기존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혁신을 통한 세계 최고 제조 역량을 확보하면서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화두로 제시했다.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소비자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투명성을 갖춘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일자리 창출과 지속 투자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소비자 목소리를 새겨 듣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통한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며 “역량 있는 협력사 발굴과 파트너십 강화로 동반 성장을 이끌자”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사업구조 고도화와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며 “회사의 역량을 모아 신사업을 발굴하자”고 부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서 근심이 생길 것”이라며 “물을 끓게 하는 100도와 99도를 결정짓는 단 1도의 차이를 위해 잠재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인재제일의 정신으로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직문화혁신 시행과 같이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기반을 닦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토리 있는 콘텐츠로 일류기업이 될 것을 주문하는가 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선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밝힌 신년 화두는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중이 배어있다”며 “국내 대기업이라고 해도 글로벌 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를 좇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